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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CEO연구)

[CEO 사례 연구] 케이디파워㈜ 박기주(49) 대표

 

1989년 7월, 한양대 전기과를 졸업하고 형광등 회사를 다니던 31살의 젊은 청년은 갑자기 다니던 회사를 관뒀다. "돈 좀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서울 한남동 용산청과시장(현 용산전자상가) 한 구석에 5평짜리 사무실을 얻고 전기공사사업을 시작했다. 가진 돈은 80만원 뿐. 한 달에 10만원씩 하는 사무실 임대료 6개월 치를 선납하고 나니 주머니엔 1만8000원이 남았다. 사무실엔 변변한 책상도 한대 없어,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앉아 일해야 했다.

첫 사업이었지만, 친분 있는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직접 발로 뛰어다녔다. 밤낮 없이 돌아다니며 고객을 설득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20일 후 처음으로 2000만원을 벌었다. "한번 맡기면 일 잘한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계약은 늘어났고, 사업은 매년 20%씩 성장해나갔다.

단 돈 8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이 청년은, 2007년 국내 수배전반 업계 3위 기업으로 우뚝 올라선 케이디파워㈜의 박기주(49) 대표다. 수배 전반은 한국전력에서 공급하는 전기를 각 회사나 가정에서 사용 가능한 전압으로 낮춰주는 변환 장치.

지난 3월1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중소기업으로는 처음 케이디파워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010년에는 국내 1위를 하라"고 박 대표를 격려했다. 80만원에서 시작해 연 매출 목표가 1000억 원에 달하는 중소기업을 일궈낸 박 대표는 "상상력과 열정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며 "국내 1위뿐 아니라 세계 1위를 꿈꾼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구태의연한 제품이라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평소에 끊임없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게 1997년 불어 닥친 IMF 한파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인도네시아에 물품을 수출했는데, 3개월 뒤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10억 원의 환차액을 벌어들인 것이다. "스스로 제품을 개발해 생산하는 제조업을 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공돈이 생기자마자 바로 제조업으로 전환했죠."

박 대표는 1997년 상호를 케이디파워㈜로 바꾸고 지능형 수배전반을 개발하는데 뛰어들었다. 개발을 시작한지 1년, 국내 최초로 인터넷으로 전기를 자동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고효율 수배전반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크기는 기존의 수배전반보다 4분의 1로 줄어들고, 설치도 간편한 제품이었다. 주문은 쏟아졌다.

신기술 개발의 기쁨도 잠시, 회사에 어려움이 닥쳤다. 동종 업계에서 값싼 모방 제품이 속속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케이디파워 제품에 대해 "폭발 가능성이 있다", "기술력을 포장했다"는 등 매도하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의 감사도 이어졌고, 고객도 떨어졌다.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모방 제품이 나오면, 다시 또 신기술을 개발해 한발 더 앞서갔지요." 지금도 박 대표는 신기술 개발에 수익의 5%를 투자한다. 전 직원 135명 중 R&D(연구개발) 인력이 70명에 달한다.

박 대표는 인터뷰 줄곧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일본의 도요타 같은 기업들을 언급했다. 바로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기업들이다. "처음엔 다들 전기 분야에 더 이상 발전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전기에 인터넷을 결합해 전력 IT기술을 만든 것도 바로 상상력의 힘이었지요."

박 대표의 상상력은 이제 산업 IT를 꿈꾸고 있다. 산업IT는 산업 분야를 IT로 네트워크화하는 기술이다. "전세계적으로 산업IT 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케이디파워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200조원에 달하지요. 앞으로 산업IT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박 대표는 그 흔한 골프를 치지 않는다. 시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다. "시장에 가보세요. 값싸고 성능 좋은 제품 단 한가지만 팔릴 뿐 2등은 거들떠도 보지 않습니다. 제조업에 몸담은 사람이 골프를 치면서 시간을 뺏기는 건 망하는 길이지요."

일주일에 7일 출장을 다니는 박 대표의 건강 관리 비결은 산악 자전거. 지난 7년 간 매주 토요일 아침 산악 자전거를 탔다. 또 연극, 뮤지컬 같은 공연을 마니아 수준으로 즐긴다. 모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CEO가 회사를 경영하는데 필요한 덕목은 많겠지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게임으로 보며 즐기는데 지칠 리가 있나요."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