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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CEO연구)

[CEO 연구]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

 

[고객을 쪼개고 또 쪼개라!!]

 

항공사에 다니는 남편 몰래 시작한 일이었다.

성과에 따라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영업 소장의 독려가 그녀에겐 ‘피로회복제’였다.

아침부터 발품을 팔고 가정집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세상 인심은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반응은 차가웠다.

외판사원에게 문을 열어주는 가정은 거의 없었다.

깨소금이 쏟아지던 이 신혼의 영업사원은 ‘승부사’ 기질이 강했다.

발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분주히 돌아다녀도 실적이 제자리걸음이던 그녀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위기감이 변화의 촉매였다.

당시 그녀가 내민 카드가 ‘타깃 고객의 재분류’였다.

당시 가정주부 영업사원들은 관행적으로 가정집을 파고들었다.

‘주부들의 마음은 주부가 제일 잘 안다’는 통념이 한몫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오피스 타운이나, 봉제나 조립 등 중소기업 밀집지대로

활동 무대를 과감히 옮겼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여자 공원들은 그녀가 펼쳐든 상품 소개 카탈로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기념품으로 나온 시계를 선물받은 수위 아저씨는 그녀를 더 이상 제지하지 않았다.

오피스 타운의 남성 고객들도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이 여성 영업사원에게 부쩍 호기심을 보였다.

“제가 긴장한 빛이 역력했던지 하루는 한 부장 분이 웃으면서 좀 편하게 말을 하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순풍에 돛을 단 격이었다.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회사 측(대우전자)은 남자 직원 두 명에 차량까지 제공해 주었다.

대우전자 영업 2관왕은 이러한 ‘발상의 전환’ 덕분이었다.

차재숙 캐리어에어컨 특판팀 소장은 방문 회사명, 대표자, 전화번호, 면담 내용 등이

깨알같이 적혀있는 수첩을 기자에게 보여준다.

손때가 묻어 누런 노트의 첫 장에는 지난 1996년 9월17일, 효성빌딩 13층에서 총무부 과장을

만났으며, 이 빌딩의 같은 층 상주 인원이 800명이라는 메모 내용이 실려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다.

영원할 것 같던 대우전자도 1997년 외환위기로 휘청거리다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영업 일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 닥쳐온 위기였다.

당시 그녀는 캐리어에어컨의 채용 담당자를 무턱대로 찾아가

영업왕 타이틀에 초점을 맞춘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차 소장은 캐리어에서 영업 인생 2라운드를 시작한다.

그녀는 이곳에서 고객 분석의 노하우를 더욱 담금질했다고 회고한다.

“ ‘요즘 부쩍 피곤하다’는 고객들의 말을 잊지 않고 있다가 현대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비타민 GNC를 보냈어요. 주요 의사결정권자 부인들과도 교류의 폭을 넓혀갔습니다.”

지난주에도 한 고객이 병원에 입원중인 사실을 알게 된 후 부인에게 ‘우족’을 보냈다고.

20년 가까이 영업 일을 하다 보니 가장 소중한 자산은 역시 고객에 대한 ‘배려’라는 점을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배려도 ‘시장 환경’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그녀가 평소 실천하는 ‘자기계발법’은 무엇일까. “하루 ‘15분’ 짜투리 시간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일상에서 한걸음 벗어나 전체를 바라보거나,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목표를 다시 가다듬기 위해서이다.

 ‘스트레칭’을 하며 건강을 관리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불빛조차 보이지 않을 때는 ‘멘토’를 찾아보라”는 것이

그녀의 또 다른 조언이다.

차 소장도 대우전자 시절 영업 11관왕을 한 영업의 여왕 ‘권현숙’씨를 보며

위기탈출의 묘책을 배웠다고 한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