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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CEO연구)

[CEO연구] 루나 효과

 

불황을 기회로 선두업체를 따라잡으려는 후발업체가 홈쇼핑을 통해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홈쇼핑의 빠른 전파력을 통해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선두업체들이 비용 절감에 주력하는 불황기는 후발주자가 시장 재편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하지만 통상적인 유통망은 선두업체의 견제가 심하기 때문에 뚫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견제가 느슨한 홈쇼핑을 후발업체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 홈쇼핑 통해 선두 시장 진입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애경은 최근 화장품 브랜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종전에는 클렌징 제품 전문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색조 화장품에서 이른바 ‘대박 상품’을 내놓으면서 화장품 업계에서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홈쇼핑을 통해 선보인 ‘루나’라는 색조 제품 덕분이다.

애경은 메이크업아티스트 조성아 씨와 공동으로 색조 화장품 루나를 개발해 2006년 8월부터 홈쇼핑 채널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파운데이션과 립스틱 등을 묶은 10만 원 상당의 기획 상품이 최근 2년 동안 80만 세트나 팔려나갔다. 매출액 800억 원의 규모다. GS홈쇼핑의 나병우 화장품 상품 기획자는 “메이저 업체의 색조 화장품 매출이 연간 300억 원 수준이다. 내로라하는 색조 브랜드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린 것”이라며 “이 때문에 ‘루나 효과’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고 전했다. 후발업체가 홈쇼핑 채널을 통해 기존 선두업체를 넘어서는 현상을 ‘루나효과’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한경희생활과학도 스팀청소기 하나로 가전제품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역시 홈쇼핑 판매가 주효했다. 이 회사는 대형 가전업체 중심으로 진공청소기가 인기를 끌던 2003년 스팀청소기를 처음 선보였다. 첫해 매출은 40억 원 수준. 하지만 2004년부터 홈쇼핑 판매를 시작하면서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2008년 현재 연매출 900억 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는 1600억 원 규모의 스팀청소기 시장에서 LG전자와 웅진쿠첸 등을 누르고 70%를 점유하고 있다.

○ ‘제2의 루나’를 노린다

이에 따라 ‘제2의 루나’를 노리고 전략적으로 홈쇼핑과 손을 잡는 후발업체가 늘고 있다. 보일러 생산업체로 유명한 귀뚜라미는 최근 삼성과 LG전자에 이은 ‘에어컨 빅3’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귀뚜라미 측은 유통망을 확대하기 위해 홈쇼핑을 공략할 계획을 밝혔다.

렌털 정수기 사업에 뛰어든 동양매직도 마찬가지다. 현재 렌털 정수기 시장은 1조4000억 원(100만 대) 규모로 웅진코웨이가 50%가 넘는 시장을 차지하고 있고, 청호나이스와 교원L&C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후발주자인 동양매직은 홈쇼핑을 주력 유통채널로 택해 진출 1년 만에 7만 대를 팔았다. 김관현 동양매직 정수기 영업팀장은 “이른 시간 안에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 홈쇼핑이 최적의 유통채널이었다”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기존 유통망에 비해 홈쇼핑은 집중적으로 전국에 방송되기 때문에 광고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