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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CEO연구)

[CEO연구] 소비자들의 구매과정

 

 

가전회사들이 매장에 가장 생생한 화질로 TV를 켜놓은 이유는 뭘까.

P&G는 왜 오래 전에 주부 등을 위한 연속극(soap opera) 제작을 지원했을까.

마케팅 담당자들의 최대 관심은 소비자들이 제품 및 서비스 구입을 결정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접점(touch point)'을 찾는 것이다. 전통적인 접근법은 소비자들의 구매

과정을 '구매 의사→정보 탐색→대안 평가→구매 결정→구매 후 행동' 등 다섯가지로

나눠 보는 방법이다. 이런 접근법은 소비자가 다수의 브랜드를 놓고 고민하다 결국

특정 브랜드를 고른다는 점에서 '깔때기(funnel)' 모형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접근 방식이나 비유가 지금도 유효할까?

맥킨지&컴퍼니가 3개 대륙,5개 산업에 걸쳐 2만여명의 소비자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구매에 나서는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런 단선적인 접근법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상품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똑똑해졌기 때문

이다. 현명한 소비자들의 의사 결정은 점차 '선'보다는 '원형'에 가까운 흐름을

만들기 시작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전부는 아니다

자동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은 먼저 모든 브랜드를 고려한다. 그렇지만 선뜻 결정하지

못한다. 초기 후보조차 몇 개가 오른다. 이 과정에서 TV나 신문에서 본 정보나 주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동차에 대한 인상이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인지도다. 초기 후보군에서 최종적으로 하나를 골라 구매할 확률은 그 후보군

에서 빠진 브랜드보다 3배나 높다.

재미있는 것은 소비자들은 추가 정보를 수집하면서 브랜드를 줄여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려간다는 점이다. 맥킨지 조사 결과를 보면 더욱 명확하다. 자동차 구입

예정자가 초기에 선택한 브랜드는 평균 3.8개.그렇지만 정보수집 과정을 거치면서

숫자는 6개로 늘었다. 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접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서 유념할 것은 인지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최종 의사 결정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도 종종 탈락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끌어 당겨라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과거엔 일방적 메시지를 전달했다면,이제는

소비자들을 '당겨야'한다.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용 후기,친구나 가족들에게서 전해 들은 입소문과 같은 정보다.

이 같은 정보가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전체 의사 결정 과정을 100%라고 하면

37% 정도의 힘을 미친다.

반면 매장에 직접 가본 뒤 얻는 경험이나 점원과 나눴던 대화가 구매에 미치는 영향은

26%에 불과하다. 미 자동차 회사인 GM과 크라이슬러가 경영 실패를 경험하게 된

원인도 여기에 있다. 이들 회사는 영업사원을 통한 마케팅에 주력해 왔다. 이를 위해

실적에 따라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의사 결정 과정을

상대적으로 외면했다. 반면 지금도 건재한 도요타와 혼다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충성 고객을 확보하라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선택했다고 구매 결정 과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기초 화장품을

사는 소비자들을 되돌아보자.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60% 이상의 소비자는 특정 상품을

산 뒤에도 온라인을 통해 자신이 산 상품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꾸준히 살핀다.

소비자들의 이런 행동 패턴은 마케팅 담당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 소비자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인 충성고객'으로 변신할 수 있다. 소극적 충성고객도 유용한 마케팅 접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워런 버핏 소유의 미 온라인 자동차 보험회사인 가이코(GEICO)는 적극적 · 소극적 충성

고객들의 입소문을 바탕으로 경쟁사 소비자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 덕분에 이 보험사의 시장 저변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처럼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가 갖고 있는 취약점을 파악할 수 있고,마케팅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맥킨지는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벌이고 있는 마케팅도 성공적인 예로 꼽았다.

현대차는 경기침체로 실직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을 향해 "직장을 잃을 경우 구입한

자동차를 반환해도 좋다"는 캠페인을 펼쳤다. 미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살 때 현대차를

고려 대상에 집어넣기 시작했고,이는 현대차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맥킨지는 "현대차는 이 같은 마케팅 활동을 통해 초기 브랜드 선별 단계에 있는 소비자

들을 공략함으로써 고객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