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영이야기(CEO연구)

[CEO 사례 연구]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사장

 

"난세에 영웅이 납니다. 남들은 세계적 불황이라고 하지만 주성에겐 전 세계 장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창사 이래 가장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표선수로 전 세계 시장에서 해외 장비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기 위해 경기 광주 본사 건물 외벽에 초대형 태극기를 게양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사장. 그는 우리나라 반도체와 LCD 장비 업계 대표주자로 올라선 것에 만족하지 않고 전 세계 태양광 장비시장 석권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주성은 1995년 반도체장비 전문기업으로 설립돼 1999년 말 코스닥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2001년 삼성전자라는,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핵심 고객을 잃으면서 혹독한 시련를 겪기도 했다. 한때 2조원에 달했던 시가총액도 2003년 3월 470억원으로 추락한 바 있다. 

황 사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공급처가 끊기자 `주성엔지니어링은 이제 끝났다`, `주성의 미래는 없다`는 말이 무성했습니다. 다른 건 견딜 수 있었지만 임직원들이 흔들리는 모습에 힘이 들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오직 어떻게 하면 인력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러한 고민 끝에 그가 창안한 것이 태극기였다. 그는 "해외 출장을 다니다가 어디선가 태극기가 걸려있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고 감동을 받곤 했다"며 "우리 직원들의 가슴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비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갖게 할 필요가 있어 최대한 큰 태극기를 내걸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주성 본사 건물에는 2001년 이후 줄곧 가로와 세로 각각 13m와 9m 크기의 대형 태극기가 걸려있다.

황 사장의 노력을 반영하듯 주성의 핵심 기술진은 2001년 이후 3년 동안 단 한 명도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가장 힘들 때 나를 지탱해 준 것이 임직원들이었다"며 "당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내하고 같이 해 준 직원들이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말했다. 

주성은 이후 반도체장비에서 액정화면(LCD)장비로 주력 전환을 시도했다. 주성은 이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라는 우군을 만났으며, 그 결과 2002년 LG디스플레이에 플라스마 화학증착장비(PE CVD)를 처음 납품했다.

주성은 이후 LCD장비 공급량을 꾸준히 늘리면서 2004년 매출이 과거 4개년 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1669억원을 기록,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는 "반도체에 이어 LCD사업이 먹을거리라는 확신이 있었고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주성은 2005년 대형TV용 LCD 생산에 최적화된 8세대 플라스마 화학증착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LCD장비를 대형화하는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주성은 8세대에 이어 11세대 등 차세대 LCD공정에 대응하는 장비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 확보한 장비 기술력을 바탕으로 태양전지 장비사업도 나섰다. 그 결과 주성은 2007년 한국철강에 박막 방식 태양전지 공정장비를 일괄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태양전지 장비를 반도체와 LCD 장비에 이어 주력 제품군 반열에 올려놓았다.

주성은 이후 수백억원을 투입해 본사에 태양전지 시험생산라인(파일럿라인)을 갖추는 등 노력을 기울여, 지난해 중국과 인도 업체로부터 각각 500억원 상당의 박막 방식 태양전지 장비를 수주하기도 했다. 박막 방식 이외에 현재 태양전지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결정 방식 장비 역시 올해 초 미국 업체로부터 수주하는 등 다양한 태양전지 장비기술을 확보하고 이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황 사장은 태양전지 장비사업에 대해 "반도체와 LCD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장비기업들에 비해 진입이 늦었지만 태양전지는 반도체와 LCD에 비해 크게 늦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막과 결정,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태양전지 제조방식에서 업계 최고 효율을 낼 수 있는 장비기술을 확보했다고 했다. 반도체와 LCD 장비에서 그동안 고객사를 찾아가는 방식을 취했다면, 태양전지 장비에선 고객사가 찾아오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역사를 보면 위기일 때 늙은 장수가 물러나고 젊은 장수가 등장해 세상을 평정했습니다. 불황을 틈타 반도체 LCD 태양전지 장비에서 해외 경쟁사들을 누르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