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디어법 직권상정이 임박하자 여야의 대치도 더욱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 당대표는 단식에 들어갔다. 방송3사 노동조합은 11년 만에 합동으로 전면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한국사회 전체가 혼란과 불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모습이다. 대체 미디어법이 무엇이기에 여야는 의 양보도없이 이런 극단적 대립과 충돌을 마다하지않는가.
오죽하면, 김형오 국회의장이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방송법이 이렇게 죽고살기로 싸워야 하는 법이냐"고 성토했겠는가. 김 의장은 방송법이 결국 '조중동'의 방송 참여를 놓고 싸우는 것일 뿐이라면서 "이 법은 민생과 직결되는 법도 아니고, 하고 타협하면 못할 게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장은 이 문제의 본질을 ‘조중동의 방송 참여’로 규정했다. 맞는 말이다. 또 하나 더 있다. 재벌의 방송참여를 허용하는 문제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김의장은 중립적 입장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왔다. 한나라당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김 의장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야당은 직권상정을 앞두고 ‘김 의장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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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극한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김형오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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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을 두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고언을 내는 것은 언론학자의 역할이다. 나는 처음부터 ‘미디어법 개정은 가능하다. 그러나 여론독과점을 예방할 수 있는 사전조치가 충분히 논의됐을 때’라는 전제를 내세웠다. 미디어법 개정을 반대하는 야당이나 미디어법 개정을 원하는 여당이나 이런 입장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디어국민발전위원회에는 어느 쪽으로부터도 추천을 받지못했다. 여야는 국민의 입장보다 서로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할 수 있는 대리인을 찾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특정당의 입장에 서지않기 때문에 더욱 홀가분하게 중립적으로 학자적 양심에 따라 의견을 전개할 수 있어 좋다. 이 시점에서 ‘미디어법을 어떻게 보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일반인의 판단을 돕기 위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미디어법 직권상정은 안 된다는 것이다. ‘4불가론’으로 그 이유를 설명드리고자 한다.
첫째, 미디어법안은 화급을 다투는 민생법안이 아니다.
미디어 법안은 민생법안이 아니라는 점을 여당 의원도 인정했다. 일자리 이라는 주장도 허구였음이 드러났다. 방송통신위원장이 인정하고 사과했으니 이를 믿을 수 있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진실로 미디어법안을 통해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방송인들이 나서서 환영할 일이지 파업을 통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민생법안도 일자리창출 법안도 아니라면 여당에서 왜 이렇게 사생결단식으로 밀어붙이는가. 이 부분은 사실의 영역이 아닌 과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입장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미디어법안은 국회의장도 안타까와했듯이 무조건 올해 내에 통과시켜야 할 민생법안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둘째, 최종안이 공개되지도 논의되지도 않았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나경원 한나라당 가 최종안이 아니지만 지분율을 제외한 수정안 일부 내용만을 공개했다고 한다. 그 주요내용은 △"신문, 대기업의 지상파, 종편, 보도 PP의 부분적 허용(여론지배력에 따라 범위 조정, 영국 사례)" △"대기업 및 일간신문 또는 뉴스통신은 2012년 12월31일까지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최다액 출자자 또는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가 될 수 없도록 경과조치" △"방송사업자는 30% 이상의 시청점유율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시청점유율 초과점유분에 대한 방송사업 소유제한, 방송시간 제한 등의 필요한 조치를 명함(독일 사례)" 등이다.
독일모델, 영국모델 등 해외 사례를 연구논의하는 단계의 안을 최종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영국, 독일은 언론시장이나 환경이 한국과는 매우 다르다. 또한 이외에도 어떤 주요한 내용이 더 포함돼있는지 의원들조차 모른 채 직권상정에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부 공개된 ‘30%이상의 시청점유율’이란 규정은 있으나마나한 내용이다. 실제로 국내 어느 방송사도 30% 아닌 20% 시청점유율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최종안이 투명하게 공개되지못한 상태에서 직권상정된다는 것은 졸속법안으로 더 큰 후유증을 동반하게 된다.
셋째,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국민 여론 흐름을 보면 ‘미디어법 개정 반대 60.8%, 찬성 33.2%’(13일 KSOI), ‘미디어법 직권상정 반대 64.5%, 찬성 27.3%’(10일 한길), ‘미디어법 내 처리 반대 74.9%, 찬성 20.8%’(8일 미디어리서치) 등 지극히 부정적이다. 국민 대다수는 현재의 미디어법 통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대의를 수렴하고 따라야 할 국회가 여론을 무시하는 행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포퓰리즘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을 두려워하며 이들을 보다 만족시킬 수 있도록 법안개정과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넷째, 후폭풍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방송법이 아무리 국가경제를 살리는 법이라 주장해도 현재처럼 지상파 방송3사, YTN노조 등 대부분 방송인들이 극렬하게 반대하고 야당마저 장내외 투쟁이라는 극단수단을 하는 상황에서 일방통행식은 더 큰 후유증을 동반하는 법이다. 정치가 사회를 통합하고 행정을 지도하지는 못할 망정 거꾸로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정치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이다. 이런 식의 직권상정이 성공되더라도 향후 방송은 정치편향성, 저질과 폭력성, 난장판 섹스프로그램의 범람 등 우리 후손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눈에 선하다.
박근혜 전한나라당 대표조차 ‘직권상정 반대표’를 내세웠다. 충분한 논의를 더 하라는 메시지다. 무엇 때문에 시한을 정해야 하는가. 여야대리인이 아닌 전문가들을 통해 충분히 논의하고 더욱 다듬어져야 한다.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권력장악’이라는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김창룡 교수는 영국 런던 시티대학교(석사)와 카디프 대학교 언론대학원(박사)을 졸업했으며 AP통신 서울특파원과 국민일보 기자,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겸 국제인력지원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1991년 걸프전쟁 등 전쟁 취재 경험이 있으며 '매스컴과 미디어 비평' 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