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비밀(The secrets of happiness)6-6

 

 

l  우연한 행복 vs 의도된 행복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하나는 사실처럼 보이려는 공상이라는 느낌과 공상으로 보이려는 사실이라는 느낌,

이런 느낌의 차이는 영화를 액면 그대로 보느냐 혹은 이것 저것 따져 분해하면서

보느냐에 따라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곤 한다.

 

여하튼 영화는 소설처럼 사실에 대한 해석이거나 공상의 결과이다.

그래서 참으로 기가 막히거나 우연이 아주 극에 달한 상황을 현실에서 겪게 되면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전 세대와는 달리 어느 정도 영화에

충분히 중독된 터라 영화 같은 행복이 나의 현실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이는 영화가 주는 공상적 행복에의 중독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행복은 우연히 영화처럼 찾아 오는 것일까?

일단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물론 나 역시도 그런 행복이 찾아 오기를 바라지만 그건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기질 상 우연이라는 것을 배격하는 편이다. 그래서 운명이니 선택 예정설이니

하는 것에 기질적인 거부감을 보인다.(내가 기독교인에 되기 참 어려웠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선택 예정설이며 다른 이유는 자유 의지의 문제였다)

그래서 “행복은 우연한 것이다” 라는 명제에 대해서 경험상으로 일면 긍정하면서도

머리는 이 명제의 채택을 부정을 하고 있다. 내게 있어 행복은 의도된 것이다.

 

처음부터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웃으면서 태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아기들도

태 속에 있을 때와는 달리 세상 나가면 힘들고 괴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것이 불편함에 대한 호소로서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행복해 지기 위해 노력한다. 아기 때부터 관심을 끌기 위해 울기도

하고 방긋대기도 하고 깔깔대기도 한다. 관심을 끄는 것은 행복 도우미를 주위에

두겠다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행복을 위한 노력이다.

 

좀더 커서 세상을 배우면서 학교에서부터 경쟁을 학습하는 이유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다. 비록 지금은 우리의 교육이 ‘남들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잘못된 관념을

가지고 있지만 여하튼 미래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행복을 위해 현재의 많은 행복을

희생하는 투자를 서슴지 않는다. 이모든 행동들이 행복을 의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우리는 그 의도의 목표 시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행복은 한정된 것이 아니고, 행복은 비교되는 것도 아닌데도 우리는 행복을 경제의

원리에 입각해서 생각한다. 심지어 ‘행복을 경영하기’라는 무지막지한 말을 쓰면서

행복을 경제적인 활동과 연관 지으려 한다. 물론 행복도 관리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

에서 ‘행복의 경영’이란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비교 우위’라든지 ‘ 최소 투입,

최대 효과 원칙’의 냄새가 조금이라도 베인다면 그것은 행복을 그르치는 것이다.

 

행복은 가둘수록 줄어 들고 나눌수록 늘어나는 것이며 비교우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행복을 비교하다 보니 불행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철학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행복은 동일성의 원칙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의

원칙을 따른다. 그래서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다. 순위가 메겨질 수 없다.

 

또한 행복은 행복을 위해 노력한 만큼 주어진다. 내가 행복 하나를 투입한다고 해서

열 개의 행복이 주어지는 산술적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행복은 감자 덩굴처럼 한

가지에 엮여 있는 모습이라서 하나의 행복이 다른 여러 행복을 이끌어 주는 것이다.

행복은 주식처럼 하한가에 사서 상한가에 팔아 이문을 챙기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싸구려 행복이 있고 비싼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며 가치 있는 행복이 있고 가치 없는

행복이 있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항상 그 나름의 가치를 지니는 매일 상장되는 주식

이라는 비유가 더 적당하지 않을까? 그래서 미래의 고가를 위해서 현재의 저가를 참아

낼 필요가 없다. 오늘의 행복을 위한 노력이 매일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성경에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라는 문구가 있다. 마찬가지다. 내일 행복은 내일 맞이

하는 것이다. 오늘의 행복을 절대 내일을 위해 묵혀 두지 마라. 오늘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한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

 

하루하루의 행복을 소중히 하는 노력, 그것이 바로 행복을 의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