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형 인간은 '돌연변이'다

 

 

생체시계 관련 유전자 변이…정상 수면패턴과 차이 규명




'새벽형 인간이 되면 하루가 4분의 1 이상 길어지죠. 남들보다 더 쓸 시간이 있다는 것. 현대사회에서 그것만큼 큰 무기가 있을까요?'

18년째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한 CEO의 말이다.

오전 5~6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에 이어 새벽 3~4시에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이 성공적인 직장인의 전형처럼 여겨지고 있다.

단지 몇 시간의 수면만을 취하고도 생생하게 능률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면 그들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후 박사 연구진은 새벽형 인간의 원인이 유전적 변형에 기인한다는 것을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 새벽형 인간은 유전자 변형 탓

과학자들은 어떤 사람은 12시간씩 자야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하루 4시간만 자고도 어떻게 생생하게 일할 수 있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미국 워싱턴대의 신경생물학자 폴 쇼 박사가 이러한 현상이 '유전자에 문제가 있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는 했지만 과학자들은 최근에 와서야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는지 밝혀냈다.

스탠퍼드대의 유전학자인 잉후이 푸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01년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는 가족성전진수면위상증후군(FASPS)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Per2(Period2) 유전자의 변형을 동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 유전자 변형을 가진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과 수면 시간은 같지만 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난다.

이후 연구팀은 이런 증상을 보이는 더 많은 가족의 DNA 샘플을 모아 분석에 들어갔다.

그 결과 사람이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시간보다는 수면 패턴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형을 처음으로 발견해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새벽형 인간은 인체 내에서 24시간 주기로 수면과 기상 주기를 조절하는 내부 생체시계 유전자 발현에 관여된 유전자 DEC2가 변형된 때문인 것을 밝혀냈다. 이 유전자 변형을 보이는 모녀는 평균 6.25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가족의 다른 사람은 정상적인 8시간 수면을 취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 변형이 수면시간을 단축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DEC 유전자를 주입한 유전자 변형 생쥐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유전자 변형 생쥐는 정상 생쥐보다 1시간 적게 잠을 잤다. 또 DEC2 변형 유전자를 주입한 유전자 변형 초파리는 정상 초파리보다 2시간 적게 잠을 잤다.

과학자들은 DEC2 유전자 변형 형태에 대한 연구로 수면장애를 치료할 방법을 찾는 한편으로 잠을 덜 자기를 원하는 사람을 위한 약물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24시간 주기조절은 타고난 것

24시간을 주기로 생활하는 것은 오랜 기간 유전자에 각인된 것으로, 대부분 사람이 공기처럼 자연스러워 인식하지 못할 정도다. 사람마다 수면 유형은 유전적으로 타고 난다. 그 때문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새벽형 인간'이 되기는 쉽지 않다.

과거에는 사람의 일주기성(24시간 주기) 리듬이 단백질 안정성에 변형이 일어나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그러나 가족성전진수면위상증후군 유전자를 통한 연구로 사람의 일주기성 결정이 이미 유전자 전사 단계에서 결정된다는 것이 지난 2007년 밝혀졌다.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의대의 루이스 프타섹 교수는 보통 사람보다 몇 시간 일찍 자고 몇 시간 일찍 일어나는 전진수면위상증후군의 원인은 생체시계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며, 전체 인구의 0.3%가 이 유전자를 지녔다고 2007년 1월 미국 생물학 학술지 '세포'에 발표했다.

결국 새벽형 인간이 아닌 사람이 굳이 새벽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올빼미형'과 '새벽형'은 의학적으로는 각각 '지연성수면위상증후군'과 '전진성수면위상증후군'에 해당하는 수면장애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는 세계 최고 부자 빌 게이츠나 앞서 성공적인 기업 CEO 모두 수면장애 환자이자 유전자 변형으로 인한 '돌연변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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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제휴사/ 국제신문 이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