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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트로피 남편(Trophy Husband)'

 '트로피 남편(Trophy Husband)'

:포천지(誌)가 만든 말로, 성공한 아내를 대신해 '안사람' 역할을 하는 남편을 일컫는다. 사실 트로피 남편에 앞서 '트로피 아내'라는 말이 먼저 등장했었다. 1980년대 말 성공한 중장년 남성이 조강지처와 이혼한 뒤 집안의 장식용 트로피 같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과 재혼하는 현상에서 비롯된 말이다.

 

 

[천자칼럼]

 

휴렛 팩커드 회장을 지낸 칼리 피오리나의 남편 프랑크 피오리나는 아내가 매사추세츠 공대(MIT) 경영대학원에 입학하자 두 딸의 양육과 가사를 맡았다. 얼마 후 아내가 루슨트테크놀로지 CEO로 취임하면서부터는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일에 전념했다. 명함에는 '칼리 피오리나의 외조자'라는 직함을 새겼다.

맥 휘트먼 전 이베이 CEO의 남편도 아내를 위해 의사직을 그만두고 집안일에 전념했다. 노르웨이 총리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역임한 그로 할렘 브룬틀란의 남편은 한 술 더 뜬다. 대학교수로 일하던 그는 부인이 정계에 진출할 때 이렇게 선언했다. "내가 살림과 아이들을 맡겠지만 내 방식대로 하겠다. "

이런 남성들을 '트로피 남편(Trophy Husband)'이라 부른다. 바쁜 아내 대신 가사를 도맡는 남성들로 '트로피를 받을 만한 남편'이란 뜻이 담겼다. '외조의 왕'쯤 된다고나 할까. 미국 여성 CEO 중 30%가 트로피 남편을 뒀다는 통계도 있다.

집안 일 하는 남편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젠 달라지고 있다. 아내가 밖에 나가 일하고 남편이 가사를 전담하는 부부가 지난해 15만쌍을 넘었다는 통계청의 조사결과만 봐도 그렇다. 지난 5년 사이 무려 42%나 늘었다. 전문직 · 고소득 여성이 많아진데다 가사와 육아가 사회활동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성용 기저귀 가방이나 청소기 등 남편을 겨냥한 상품까지 나오고 있다. 아기가 왜 우는지를 알려주는 '아기 울음 분석기'라는 제품도 개발됐다. 신세계 백화점은 여자 화장실에만 있던 기저귀 교환대를 남자 화장실에도 설치했고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살림하는 남편 일기' 카페엔 2300여명의 회원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트로피 남편은 경제적으로 무능해 집안에 들어앉은 '셔터맨'과는 좀 다르다. 아내가 밖에서 일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주부 역을 자임한 남편들이다. 전문가들은 바뀐 성 역할에 대해 관용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족 각자가 가정에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유연한 자세로 받아들일 때가 됐다는 것이다. 남편 입장에선 쌍수를 들어 반길 일은 아니겠지만 무작정 거부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누군가 해야할 가사를 바쁜 아내 대신 맡아달라는 데 무슨 핑계를 대겠는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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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주부 회원 1,028명을 대상으로 이상적인 남성상에 대해 설문을 실시했다. ‘남편이 가장 사랑스러워 보일 때는?’ 이라는 질문에 과연 어떤 대답들이 나왔을까. 무려 32.5%의 주부들이 휴일에 집안 청소하고 아이 돌봐 줄 때가 1등 남편으로 보인다고 꼽았다. 반면에, 휴일에 아이도 봐주지 않고 피곤하다며 잠만 자는 남편이 ‘가장 얄미운 남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남편으로 가장 이상적인 스타일은 자상해서 잘 챙겨주는 남자가 63.2%로, 돈 많은 남자, 잘 생긴 남자를 제치고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만하면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아내들의 심리를 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집안일에 소홀해서는 멋진 남편이 되기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다.


홈대디 전성시대

 

휴일이면 두 팔 걷어붙이고 미뤄둔 청소며 빨래들을 척척 도와주는 남자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남편상이 되었다. 번듯한 직장과 높은 연봉도 끌리지만 가사 일을 나누어 해주는 것만큼 매력적인 남자도 없다는 말이다. 설거지하는 아내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것도 좋지만 기왕 할 거라면 고무장갑 끼고 그릇을 닦는 편이 훨씬 플러스가 될 터다. 왕이 되고 싶다면, 아내를 여왕으로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아이 교육에 신경 쓰고 함께 놀아주는 프렌디(friend+daddy)가 떠오르더니 이젠 살림에도 일가견 있는 홈대디(Home daddy)가 빠르게 신드롬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단지 실직한 남편이 전업주부로 돌아서는, 사회적으로 무능력한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타났던 남성주부는 대개 일자리가 없는 ‘백수’였다. 하지만 이젠 당당히 가사노동도 하나의 노동으로 인정받는 때다. 아내가 전업주부라 해도 남편들도 가사일에 적극 나선다.

 

한편으로 생각한다면 홈대디는 경제적인 가정생활 전략이다. 내조의 여왕 열풍이 휩쓸고 갔어도 워킹맘(working mom)은 늘어난 게 사실. 살림의 몫은 남자에게도 나뉘어 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리모컨과 소파를 독점하며 휴일을 보내는 남자들이 줄고, 살림살이에 눈길 주는 홈대디가 사랑받는 건 당연지사다. 가족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살림은 남자에게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지 않을까.


부부관계에 도움을 주는 살림분배의 법칙

1 칭찬은 남편도 ‘살림’하게 한다. “잘한다, 잘한다” 해주면 진짜로 잘하려 노력하는 게 남자들 심리다. 어설픈 집안일 돕기도 무조건 칭찬해보자.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은근슬쩍 자랑하듯 칭찬해주면 안하던 일도 찾아서 할 지 모른다.


2 집안일 대차대조표를 만든다. 부부가 각자 맡은 집안일 대차대조표를 만들자. 눈으로 보기에도 불균등한 상황이라면 그의 마음도 조금은 움직일지도 모른다.


3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저 불평불만만 던져서는 남편의 짜증만 돋울 뿐이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와인이나 차를 곁들인 채 집안일 분담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보자. 가사노동의 책임감을 확실하면서도 부드럽게 전달하는 게 포인트.


4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줘라. 집안일을 돕고 싶어도 사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못하는 남자들도 많다. 차근차근 작은 일부터 시작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잘 못하더라도 불평이나 구박은 절대 하지 말자. 자존심에 상처 입은 남자는 집안일에서 완전히 손 놓게 될지도 모른다.


5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시작하게 하라. 하루에 한 가지씩 시작하는 게 좋다. 빨래를 널게 한다거나 방 청소 방법을 알려주는 식으로 시작하라. 한 가지에 익숙해질 때쯤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하면 어렵다는 이유로 집안일을 피하지는 않게 될 것이다.


홈대디의 다른 표현들

트로피 남편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한 아내를 대신하여 집안일을 하는 남편.
월마트 대디 월마트로 상징되는 시장에서 카트를 끌면서 반찬거리를 사는 남편들.
헬리콥터 대디 아기 옆을 뱅뱅 돌며 육아를 담당하는 아빠들.


/ 여성조선
  취재 최미령 인턴기자 | 사진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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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왜 젊고 예쁜 여자를 좋아할까. 진화론적 시각에서 보면 간단하다. 그래야 좋은 유전자를 지닌 자손이 번성하기 때문이다. 남자들만큼 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여자도 돈 많고 똑똑하고 잘난 남자를 좋아한다. 부와 권력이야말로 자식을 지켜줄 수 있는 최고 방패막이인 까닭이다. 이렇게 생물학적 진화로만 따진다면 재력 권력을 갖추느라 나이가 든 남자와, 젊고 예쁜 여자의 결합은 최상일 수 있다. 그런 남자와 결혼한 여자를 시상식 때의 화려한 트로피 같다고 해서 ‘트로피 와이프’라고 한다.

▷신성한 결혼에 대한 모독이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하므로 결혼한다’는 풍습도 겨우 300년 전에 생겨났다. 동서양의 오랜 역사에서 본디 결혼이란 다른 공동체나 가문이 협동관계를 맺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동맹이었다. 사랑의 유효기간도 100일 설(), 15개월 설이 있고 그중 긴 것이 4년 설이다. 결혼 20년차 부부 중 맨 처음 사랑을 느꼈을 때와 똑같은 로맨틱하고도 강박적인 감정을 유지하는 경우는 10쌍 중 1쌍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는 터다.

▷문제는 돈도 권력도 없는 젊은 남자와, 젊지도 예쁘지도 않은 여자다.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금력과 권력을 누리고, 여기다 사랑까지 얻을 수 있지만 여자는 나이 들면 남자 같지 않다. ‘경제학 콘서트’를 쓴 팀 하퍼드는 “부와 권력의 남자가 도시에 많으니 여자들도 남자를 찾아 도시로 왔고, 그러다 도시엔 여자가 더 많아졌다”고 했다. ‘섹스 앤드 더 시티’ 드라마처럼. 슬프게도 남자 수가 여자 수에 비해 단 한 명만 부족해도 여자들의 교섭력은 극도로 약해진다. 결국 여자가 눈을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200억 원대의 재산을 가진 여성 사업가 박모 씨가 공개청혼을 해서 화제다. 일만 하다 혼기를 놓친 마흔아홉 살의 골드미스다. 조건은 동갑부터 열 살 연하까지의 대졸 이상 전문직 미혼 남성. 결혼정보업체 선우 측은 “남자들이 여전히 젊고 예쁜 여자만 찾기 때문에 암만 골드미스라도 결혼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했다. 공개청혼을 한 덕에 24시간 만에 신청자가 200명이 넘었단다. 나이가 좀 많은 부호 신부가 ‘트로피 남편’을 갖는다고 해서 흉될 건 없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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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억대연봉이란 건 기분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잘 버는 아내와 못 버는 남편… 그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하여
 
회사원 나민호(가명·43)씨는 3년 전만 해도 ‘참 착한 남자’였다. 중학생, 초등생 두 남매의 자상한 아빠였고, 동갑내기 아내 이미영(가명·43)씨의 둘도 없는 반려였다. 그랬던 그가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건 ‘여왕의 돈’ 때문이다. 아이들 사교육비를 벌겠다며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들어간 아내는 3년 만에 1억원대 연봉자, 일명 ‘여왕’의 반열에 올라섰다. 처음엔 아내가 고맙고 기특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분이 묘했다. 아내의 당당해진 목소리, 날로 세련되어가는 옷차림, 잦은 회식…. 자정이 다 돼 들어온 아내에게 처음 손찌검을 한 뒤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가 되고 말았다.

◆‘트로피 남편’이 행복하다고?

여성들 경제활동이 왕성해지고, 남편보다 고소득을 올리는 아내들이 많아지면서 ‘경제권력’이 부부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대한민국에 새로 만들어진 고소득 일자리 10개 중 7개(통계청 조사)를 여자들이 차지했고, 미국에선 남편보다 수입이 많은 아내가 3분의 1을 넘어섰다. 남자들은 성공한 아내를 뒷바라지한다는 뜻의 ‘트로피 남편’ 되는 게 소원이라고 허풍을 떨지만, 막상 연봉액수를 추월 당하면 ‘목숨과도 같은’ 자존심이 고개를 쳐드는 건 당연지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연 상담위원은 “상담소를 찾는 부부의 100쌍 중 25쌍이 부부갈등의 원인으로 ‘경제 요인’을 꼽는다. 그 중에서도 ‘밥벌이는 남자가 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의식이 젊은 남성들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어 폭력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도망가거나, 폭력을 휘두르거나?

부부치료 전문가인 ‘HD가족클리닉’ 최성애 박사는 “부부의 행복도는 둘이 버는 연봉 총액이 아니라 ①서로의 내면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②서로의 존재를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③일상의 자잘한 욕구에 대해 서로 어떻게 표현하고 받아들이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부부관계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워싱턴 대학 존 가트맨(John Gottman) 교수와 에이미 골드슈타인(Amy Golds tein) 같은 분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계 수입의 대부분을 아내가 번다 해도 이혼과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누가 얼마를 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문제를 부부가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거죠.”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 중인 나씨 부부의 경우, 아내가 보험회사에서 일한 지난 3년간 둘만의 오붓한 시간이 하루에 단 10분도 없었고, 서로 감사와 호감을 표현해본 적도 없다는 게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현금 통장’보다 ‘사랑 통장’이 소중하죠

열쇠는 아내가 쥐고 있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여왕’은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배려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식점에 갔을 경우 남편을 제치고 자신이 계산하겠다며 앞장서는 것은 금물. 시댁 어른들께 용돈을 드릴 때도 ‘남편의 이름으로, 남편의 손을 통해’ 겸허하게 전달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최 박사는 각자 관리하는 통장 외에 ‘공동통장’을 만들어 남편이 관리하게 유도하는 것도 여왕의 지혜라고 귀띔한다. “‘내가 벌었으니까 내가 쓴다’는 사고방식은 관계를 점점 더 멀어지게 해요. 부부는 재정통장뿐 아니라 정서통장도 함께 쌓아가야 사랑의 균형을 이룰 수 있어요.”

집에서도 둘이 동시에 일에 치중하는 상황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게 좋다. 한 쪽이 일에 매진할 때 다른 쪽이 자녀와 보내는 시간을 가지면서 양보와 타협의 분위기를 조성할 것. 박소연 위원은 “어느 날 뜬금없이 남편에게 집을 공동명의로 하자고 선언하면 남자 쪽에서는 기득권을 빼앗긴다는 위기감에 반발하기 마련”이라며 “새로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이사를 갈 때, 또는 아예 신혼 초에 기회를 잡아서 진지하게 상의하라”고 조언한다.

◆농담 따먹기, ‘家長 콤플렉스’ 탈출하기

일선 남편들의 충고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듀오 광고팀장이면서 ‘대한민국 유부남 헌장’의 저자인 김상득씨는 ‘가장 콤플렉스’를 내려놓자고 주장한다. “아내를 자신이 부양해야 할 식솔로 생각하는 것, 그래서 남자가 경제적으로 더 많이 벌어야 하고 사회적 지위도 더 높아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 던지자”는 것이다. “내가 모자란 부분을 파트너가 채워준다는 생각으로 살면 마음 편합니다.”

무협지 작가이며 ‘마님 모시는 삼돌이’로 유명한 ‘좌백’ 장재훈씨는 “모든 일의 좋고 나쁨을 연봉의 많고 적음으로 치환하는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은 단지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완성의 길이기도 하잖습니까. 그 일을 얼마나 잘 하는지, 보람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지, 연봉이 많고 적은 게 뭐 그리 큰 문제일까요?” 최근 부부 생활 비법을 재기발랄한 유머로 풀어낸 ‘부부만담’에서 장씨는 부부 사이 ‘농담 따먹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루 하나씩 아내, 혹은 남편에게 해줄 농담을 수집하세요. 싸움은 지나치게 진지한 대화에서 출발하거든요.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스트레스를 배우자에게 풀기 쉬운데, 이를 농담으로 주고받으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