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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기업 문화의 특징

 

역사를 통해 본 프랑스 기업문화의 특징1)

                                                  노명환 (사학과 부교수)



4)  사업관행의 특징들


본란에서는 앞에서 설명한 중앙집권주의와 바로크문화 전통 그리고 데가르트주의 전통 그리고 이들이 프랑스 혁명과정을 통해 변증법적으로 융합되어 형성된 국가적 성격이 사업관행에서는 어떠한 특징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본다.


4-1) 융통성 (유연성 - flexibility)을 중시하는 프랑스인

프랑스인들은 정해진 규칙이나 명시된 법조문을 있는 그대로, 즉 기계적으로 그들 행동의 준칙으로서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 규칙이나 법조문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가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그들은 규칙이나 법은 각각의 상황에서 본래 의도에 맞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상황의 법’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상황을 고려하여 규칙이나 법을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권력자이다. 즉, 권력이란 각각의 상황에서 규칙이나 법을 해석하는 권한과 일치한다.48)

이러한 권한이 통용되는 사회에서는 융통성(유연성)을 중시하는 태도가 주요한 덕목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규칙과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있어서 인간적인 요소가 많이 고려되고 인간의 상황판단이 주효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을 프랑스인의 ‘D체계 (D System)’라고 하는데 여기서 D는‘ debrouiller’ 또는‘demerdre’의 첫글자이다. 'debrouiller' 또는 'demerdre'는 ‘요령있게 해결하다’의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틀에 박힌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인간의 자유와 개성을 선호하는 프랑스인들 성격의 한 중요한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49)    

그런데 이러한 행동방식이 극히 부정적인 측면으로 나타날 때는 기존의 권력자들이 규칙이나 법을 자신들을 위해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할 수 있으며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새로운 사람이나 집단이 권력층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데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에서는 신참자들이 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고, 그중 재능있는 신참자들은 출세제일주의자 (arrivistes)로 비하되는 경향마저 있다.50)




4-2)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한 후 본질적인 안건에 착수하는 비지니스 접근방법


프랑스인은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외부로부터 내부의 최정점으로 접근해 가는 방법을 택한다. 마치 달팽이의 모습에서 넓은 외관으로부터 시작하여 내부 최종점으로 접근해 가는 것과 같다. 프랑스인들은 많은 여러 가지의 일을 경험하고 감을 잡은 뒤 본 안건을 다루고 결정을 내린다. 이는 독일인과 영국인 그리고 미국인과는 다른 특징이다. 이들은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내부의 최종점으로부터 넓은 외관으로 확산·전진해 간다는 것이다.51) 즉, 프랑스인들은 본 안건과는 다른 많은 것들을 행하여 상황을 파악한 후에 비로소 본 안건으로 들어가는데, 이는 상황의 법을 중시하는 프랑스인들에게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겠다. 이에 반해 독일, 영국 그리고 미국인들은 본 안건부터 시작하기를 좋아하는데, 법 그대로가 중요한 것이니 본 안건외의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이들과 구별되는 프랑스인들의 비지니스 접근방법이 자주 달팽이의 모습에 비유되는데, 이것이 이른바 “달팽이 이론”이다.52)

                 

달팽이 이론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본 안건에 들어가기전에 주로 식사시간을 이용하여 상대방에 대한 많은 사전 지식과 느낌을 취득한다. 즉, 그들은 식사를 하면서 비지니스 파트너와 많은 것을 경험한다. 그런 다음에 비지니스 협의를 시작한다. 프랑스인들은 식사시간을 통해 전체 분위기를 다 섭렵한 다음에 본 안건을 시작한다. 프랑스인과 비지니스 회담계획을 세울 때는 식사계획을 세우는 일이 권장되고 식사를 다 끝내기 전까지는 비지니스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 함은 여기에 기인한다.

즉, 프랑스인과 상대하여 어떠한 일을 달성해야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여러가지 경험을 공유하면서 친해져야 한다. 그리하여 ‘상황의 법’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질적인 그리고 시간적인 많은 사전(事前) 투자가 요청된다. 직선적인 방법으로 프랑스인과 일을 해결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 의견을 말하거나 비판을 가할 때 항상 간접적인 방법을 취하고 인내력있게 목적한 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특히 그들에 대한 압력수단은 은밀히 행사되어야 한다. 직접적인 압력수단은 반발만을 산다. 협상에서도 직선적인 의사표시를 지양하고 간접적인 의사전달에 익숙해져야 한다.

프랑스 인들의 이러한 성향은 단지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해서 뿐만아니라 인생을 즐기면서 비지니스를 해야한다는 그들의 생활관과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프랑스인들은 미국인과 북서유럽인에 비해 한층 감정이 풍부하고 정서적이다. 개인과 조직과의 관계는 감정과 정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들에게는 식사시간도 중요한 개인과 조직을 잇는 사회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공식적인 점심시간이 90분으로 미국의 1.5배인데, 미식가들인 프랑스인들에게 많은 식사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겠으나, 이들은 식사를 하면서 사교를 하고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즐기며 삶을 즐긴다고 볼 수 있다.

4-3) 대립하는 것들의 상호 조화(Holism)가 본질인 사회


프랑스에서는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그리고 개별성과 보편성이 변증법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등 모든 대립되는 것들이 서로 대립하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분석과 통합이 조화를 이루며 동시에 추구된다. 프랑스의 개인주의는 프랑스의 사회관계의 Text속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심리학보다는 사회학이 중요시된다. 개인주의적 성격으로 유명한 b프랑스인들은 회사에서도 동료를 많이 배려해 준다. 그래야 자신의 자유와 안전도 보장된다는 생각에서다.  퓌조회사의 사장 깔베 (Jaques Calvet)씨의 다음과 같은 언급은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에 좋은 것은 퓌조에도 좋다.”53) 이는 개인의 이익을 보편의 이익에 조화시키는 프랑스인들의 사고방식을 대변해 준다고 하겠다.

프랑스인들은 한 쌍의 연인이 계속 불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고 이를 불행하다고 보기이전에 두 사람사이에 깊은 애정이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서로 적대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사회질서는 오히려 자기보존적이며 자기충족적인 면을 갖는다고 본다.54)

최종의 결론을 이미 예견하면서도 그 반대 방향의 의견을 열정적으로 제시하며 논쟁하기를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은 바로 이 점을 대변해 준다고 하겠다. 따라서 예를 들어 노·사간의 갈등 그리고 교사들의 대규모 시위 등 그 모습이 혼란스럽게 보이더라도 프랑스 사회가 곧 혼란의 늪속에 가라앉을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갈등과 시위가 최후의 승리만을 목표로 하는, 즉 극단적인 투쟁만을 수단으로 삼는 결과라고 성급한 진단을 해서는 안된다. 대립과 투쟁이 절정에 이르러 위기가 나타나는 순간에 이미 조화의 결론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것이 프랑스의 사회문화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전통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공동의 자부심이 이러한 해결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55)

프랑스 문화의 이러한 측면은 혁명정신과 혁명이전의 프랑스 중앙집권주의 전통 계승이라는, 즉 공동으로 사회 혁명을 완수한 역사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 문화공동체는 그 구성원 각자가 도덕성을 갖추고 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해 신념있게 노력하면 집단을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을 그 어느 공동체보다도 강하게 가진 국가공동체라고 말해진다. 프랑스 혁명은 프랑스인들의 집단행동 성향과 기존질서에 도전하는 개인들이 양심에 호소하는 내적 활동의 특이한 결합이라는 프랑스 고유의 문화를 뿌리내리게 했다. 따라서 연대(連帶 - solidarity)는 프랑스인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이다.56)


4-4) 개인의 삶과 사회의 동력으로서의 ‘비전’

프랑스인들에게 있어서 ‘vision'은 그들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동기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비전을 통해 개인들이 공동체에 묶여지고 이 비전은 역사에 기반을 둔 것이어야 한다. 이 비전은 위대한 것으로서 실현 가능한 패턴을 의미한다. 이 비전은 평범한 것에 대한 경멸과 위대한 것에 대한 찬양과 동참을 의미한다. ’위대한 프랑스 건설‘, ’위대한 프랑스 혁명‘, ’유럽의 주도 국가 프랑스‘, ’위대하고 장대한 프랑스 절대주의‘, ’프랑스와 세계‘ 등 위대한 프랑스의 역할이다. 따라서 흔히 이 비전은 그들 역사의 영웅들과 결부된다. 즉, 예를 들어 잔 다르크, 앙리 4세, 루이 14세, 프랑스 혁명영웅들, 나폴레옹, 드골 등이 이 영웅들에 해당한다. 끊임없이 영웅을 고대해오던 프랑스인들은 20세기에 드골에게서 다시 한번 ‘위대한 프랑스’의 비전을 찾는다.57)

이 비전은 프랑스인들에게 끊임없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 비전제시가 멈추어 질 때 프랑스인들은 방향감각을 잃고 혼란에 빠진다. 프랑스정치가이며 유럽공동체 집행위원장을 지낸 J. Delors는 그의 보좌관의 입을 빌어’자전거 이론‘으로 프랑스인들의 행위동기와 관련하여 비전 제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미 제시된 방향을 향해 계속 페달을 밟으면 자전거는 전진하지만 방향을 잡지못해 멈추게 되면 자전거는 쓰러지고 만다는 것이다.58) 이 이론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비전제시가 중단될 때 또는 그러한 가능성이 감지될 때 극히 불안감에 휩싸여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혼란과 정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계획을 장대하게 그리고 정치하게 세우는데 열심이며, 그 계획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보다 더 큰 공을 들인다고 한다. 수립한 계획을 끝까지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일만하기에는 현재의 인생을 즐기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부서는 비전을 구상하는 부서인 기획부서이다. 프랑스는 경제계획에서 앞서가는 나라이다. 기업전략 계획은 먼 앞날을 내다보며 상세하게 세워진다. 회사가 크면 클수록 계획은 더욱 정교하게 수립되며 이를 수립하는 기간도 오래 걸린다.59)



4-5) 프랑스인들의 예민한 감수성과 지식애호 그리고 민족자존심


프랑스 기업의 지향점을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그것은 프랑스 문화의 창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프랑스인들의 감수성 예민한 의식구조를 프랑스 기업들의 생산활동 (감수성을 살릴 수 있는 제품 생산, 감수성을 전개시킬 수 있는 일자리)에서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은 삶의 근본 목표와 내용이 문화라는 프랑스인들의 의식에 기인한 것으로 인식된다. 프랑스인들이 기업의 생산활동을 통해 쌓은 부를 분배할 때 예술을 선두로 해서 문화분야에 가장 많이 배분하고 있는 역사와 현실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프랑스 기업의 경영층과 중간관리층 그리고 노동자 모두 이러한 기업의 목표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프랑스인들의 예민한 감수성은 지식에 대한 사랑과 지식인 우대 심리로 연결된다. 프랑스인들은 과학기술이 첨단을 달리는 오늘날에도 문학 토크쇼인 ‘아포스트로피(Apostrophe)에서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자랑으로 여긴다. 문학 토크쇼는 아마도 세계에서 단하나 뿐일 것이다.60) 프랑스 기업의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위는 기획, 연구개발, 기업발전 전략과 같이 가장 지적인 업무이다.61) 

현대의 프랑스 산업정책은 지식집약산업에서 부를 창출하기 위하여 고도의 전문기술을 이용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문화·예술산업이 계속 발달하고 있고, 프랑스인들은 경제적 이윤동기 외에 또는 그것보다도 더욱 강하게 문화적인 그리고 지적인 동기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한다. 우리는 영화 등 문화시장 개방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라가 프랑스라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우리의 규장각도서 반환을 약속해 놓고도 실무담당들의 방해에 의해 실행되고 있지 않는 점도 이러한 프랑스 사회의 특징과 관련이 있다.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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