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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속의 지혜

인생 제 2장

 

 

남궁정부 씨는 장애인들을 위해 특별한 구두를 만드는 한쪽 팔을 없는 구두장이입니다.

1995년 11월 그 날 그는 지하철을 기다리다 신도림역 플랫폼 가득 들어찬 인파에 밀려 그는 선로로 떨어졌습니다. 굉음과 요란한 불빛을 던지며 달려오는 전철을 보며 그는 기절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고 요행히 죽지는 않았다 생각하며 몸을 찬찬히 살피니 오른 손은 그대로이었지만 팔이 너덜너덜하게 찢겨서 어깨에 붙어 있었습니다. 후유증이 있을지 모르니 잘라내자는 의사의 말에 따라 몇 센티미터 남은 팔까지 다 잘라내고 퇴원했습니다.

 

의수를 만들러 간 그에게 의료보조기상 사장이 말했습니다. "남은 팔이 너무 짧아서 물건을 잡을 수 있는 기능성 의수는 어렵겠습니다." "성한 팔이 있으면 그 팔만 쓰려고 하니까 더 어려워요." 그 말에 깨달음이 왔습니다. '옳거니, 나는 왼팔이 있지 않은가. 오른팔이 없는 게 아니라 오른팔만 없는 거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조기상 사장이 한 마디 툭 던졌습니다. "장애인 신발 한번 만들어 보지요?" 이 말에 그의 인생 2장의 막이 올랐습니다. 1장이 끝난 게 55세였고, 2장은 금방 시작됐습니다.

 

그가 마음을 다시 잡고 처음 시작한 것이 젓가락질과 글씨 연습이었습니다. 커다랗게 네모 칸에 기역 니은 디귿을 쓰기 시작했고 그게 익숙해지면서 가죽 자르기를 했습니다.

 

드디어 처남 집 차고에 세창정형제화연구소라고 간판을 걸어놓고 손님을 기다렸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없었습니다. 단골 가죽상도 팔 없는 그에게 외상은 주지 않았고 돈은 꾸역꾸역 들어만 갔습니다. 아내가 식당일을 하며 그 돈을 메웠습니다.

 

장애인의 몸에 꼭 맞는 구두를 맞추느라 세월이 갔지만 자신이 "남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혼식 때 꼭 제대로 걸어서 웨딩마치를 하고 싶은 게 소원인 소아마비 소녀에게 구두를 맞춰줄 수 있었고, 기형적으로 발이 커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신발을 신어본 적이 없는 사내에게 신발을 신겨주었던 것입니다.

 

그는 이듬해인 1996년 6월부터 장애인을 위한 구두 만드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모두 세 사람이 일했고 열심히 일해 봤자 일주일에 고작 신발 2~3켤레 만드는 게 전부였습니다. 사업이 어려워진 어느 날 단골손님들이 찾아와 십시일반으로 모은 3000만 원짜리 통장을 내밀며 "당신 없으면 우리가 걷지를 못 하니, 당신은 꼭 돈을 벌어라"라고 막무가내로 통장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당뇨 신발, 소아마비 보조 신발. 무지외반용 신발, 맞춤형 신발, 의족용 신발, 평발용 신발과 깔창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직원도 15명으로 늘었습니다. 신발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므로 생산량은 많지 않습니다. 신발 한 켤레를 만드는 데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이 걸립니다.

 

"만든 지 10년이 다 된 신발을 수선해달라고 갖고 오는 장애인들이 있어요. 그 신발을 벗으면 꼼짝을 못하니까, 10년을 신어 헤진 신발이라도 수선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얼마나 형편이 좋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도록 신었을까’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에요."

 

남궁정부 소장이 만든 장애인 구두는 무려 5만 켤레를 웃돕니다. 수만 명의 장애인들이 그가 만든 하나뿐인 구두를 신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재능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섬기기 위한 것임을 깨닫는다면 이 세상은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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