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74세 노 의사 집에 제자 의사가 방문했습니다.
결혼 주례를 맡게 된 스승에게 인사차 예비신부와 함께 찾아온 것입니다.
평소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던 분이
그날따라 약속 시간에서 20분이 지나도 귀가하지 않았습니다.
10분쯤 더 지났을 때 스승이 나타났습니다.
서둘러 달려왔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씀하십니다.
"늦어서 미안하네. 급한 환자가 생겨서 그만 …."
곧 저녁식사가 나왔습니다.식사가 끝날 즈음 스승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사실은 오늘 저녁 식사 약속이 겹쳤어. 자네와의 선약이 있어 다른 약속을 취소해버렸지."
그러자 제자가 농담 삼아 받아쳤다.
"당연하죠, 제가 주례 선생님께 인사하러 왔는데 아무리 중요한 거라도 깨야죠."
"그렇지, 암 그래야겠지."
노 의사는 헐헐 웃어넘겼다.
무소불위의 권력이 서슬 퍼랬던 제5공화국 시절,
1984년 어느 날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했습니다.
"지역 인사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어. 오늘 저녁 자리를 좀 마련해 봐."
대통령의 갑작스런 지시에 비서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황급히 명단을 뽑아들고 전화를 돌렸습니다.
몇 십 년째 무료 진료와 의료봉사를 하며 빈민을 위한 민간의료보험을 처음 실시해
지역과 국가를 넘어 세계적인 인물이 된 장기려 박사.
그도 당연히 초대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통령과 저녁 식사요? 그런데 어쩌죠, 제가 중요한 선약이 있는데 …."
장박사의 '너무 솔직한' 대답에 비서들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대통령이 장 박사를 보사부 장관에 발탁하려던 자리였다고 후일담은 전합니다.
그날 제자와 저녁 약속이 있었던 노 의사가 성산 장기려(1911-1995) 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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