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걸음]
하루를 보내고
시간 앞에 조금 부끄러운 느낌으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문득 낯선 곳에 서 있다.
갑자기
마흔이 좀 넘은 나이가 낯설고
삼십 년을 이어온 습관임에도
내뿜는 담배 연기 조차 낯설다.
이십 대에는
생각은 할 수 있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중년의 모습,
내 모습이다.
나는 분명 예전의 내가 아님에도
여전히 예전의 나로부터
나를 판단한다.
이건 나일까?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을
나는 추억할 수 있을까?
그것은 또 어떤 나일까?
세상을 많이 안다고 생각하며 살았음에도
이 낯선 당혹감과 함께
아직도 설레는
알지 못하는 나,
아직 오지 않은 나에 대한 기대 때문에
시간에 대한 부끄러움을 회개하며
스스로를 용서하며
낯선 걸음을 또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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