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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CEO연구)

[CEO연구] 유동성이 부족하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컨설턴트, 램 차란(Charan·69)은 시종일관 현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위기 때 경영자가 들여다봐야 할 단 하나의 지표가 있다면 바로 현금흐름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튼튼한 기업이라도 유동성이 부족하면 2주일 내에 무너질 수 있다."

그는 GE를 예로 들었다. 트리플A 등급을 받은 탄탄한 기업이지만,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고리(高利)로 급전(急錢)을 조달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램 차란은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손익계산서에서 대차대조표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점유율을 올리고 매출을 늘리는 대신, 회사가 하는 모든 일이 현금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파악하라는 것이다. 영업 소득에서 발생하는 현금은 얼마인지, 재고 등 운전자본은 얼마나 빨리 회전하는지, 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할 필요성은 없는지 총체적으로 검토하라는 얘기다.

램 차란은 경영 컨설팅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다. 1977년 보스턴대학의 교수직을 던지고 컨설팅에 뛰어든 이후 날카로운 통찰력과 실행 가능한 해법을 제시해 '경영 구루', '기업의 현자(賢者)'로 불린다. 그는 지금까지 12권의 책을 펴냈으며, 이 중 〈실행에 집중하라〉는 200만부가량 팔리며 약 3년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특히 현존 컨설턴트 가운데 누구도 램 차란만큼 전 세계 영향력 있는 경영자들과 친밀하고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는 39년째 GE에 컨설팅을 하고 있고, 듀폰에서는 35년째 자문을 하고 있다. 2009년엔 더타임스 등이 선정하는 '세계 경영 사상가 50인' 중 13위에 랭크됐다.

컨설팅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이는 램 차란이 기업을 방문해서 첫 번째 하는 일은 역시 현금 체크다. 그는 "현금 사정이 어떠냐" "현금흐름이 어디서 일어나느냐"고 묻고, "피에 해당되는 현금이 없으면 당신은 당장 곤란을 겪는다"고 경고한다. 현금은 위기 때 더욱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영의 출발점이라고 보는 것이다.

―새 책 〈램 차란의 위기 경영(Leadership in the Era of Economic Uncertainty)〉에서 현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현금은 유동성이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없으면 아무리 튼튼한 기업이라도 2주일 내에 무너질 수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문제들은 오래전부터 축적되어온 것이지만, 유동성 부족으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미국 자동차 3사 가운데 안전한 여유 현금을 확보한 회사는 하나도 없었다. GE도 비슷한 사례다. 트리플 A 등급을 받는 탄탄한 기반의 회사이지만, 두 차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높은 이자로 외부 자본을 끌어와야 했다. 유동성 부족은 기업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손익분기점을 최대한 낮추면서 보수적으로 경영할 필요가 있다."

―현금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경영에 활용할 수 있는가.

"현금은 회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재는 매우 분명한 잣대이다. 현금을 적정하게 갖고 있지 않으면 나쁜 상황이다. 이때 회사 상황을 정확히 잴 수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한다. 물건이 얼마나 팔렸으며, 얼마나 팔릴 것이며, 어느 정도 재고를 갖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손에 넣고 있어야 한다. 현금을 기준으로 산출된 손익분기점은 경영자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명확히 알려준다.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제품 라인을 중단할 것인지, 공장을 폐쇄할 것인지, 아니면 유통망을 없앨 것인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위해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정보 기술을 십분 활용해 현금 흐름을 날마다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하지만 현금에만 집착하다 보면 장기적인 성장 기회를 놓칠 수도 있지 않은가.

"현금과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실제 수요에 맞게 옷감을 다시 자르고 재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먼저 어디에 현금이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야 하고, 현금이 어디서 창출되는지 알아야 한다. 매시간 돈이 어디 있는지 당신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알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은 컴퓨터가 없어도 현금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

그러나 그는 위기 속에서 기업은 현금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미래의 성장 엔진을 구하는, 자칫 배치되는 이중 목표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