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
주인-대리인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기인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 가운데 하나이다. 흔히 우리가 도덕적 해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바로 주인-대리인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정보경제학에서 논의하는 내용이었으나,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대리하는 것이라고 인식되기 시작한 현대에 와서는 정부(입법, 사법, 행정부뿐만 아니라 공기업 등 모든 공공기관을 말한다)의 행태를 대리인(Agent)의 입장으로 설명하게 되었다.
먼저, 주인-대리인 관계가 생기는 맥락를 생각해 보자.
사회생활의 대부분은 거래 혹은 계약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때문에 계약자 사이에 주인-대리인의 관계가 형성된다. 예를 들어 국민-국회의원, 환자-의사, 고소인-변호사, 지주-소작농, 국회의원-행정관료, 주주-CEO 등의 관계가 그것이다. 이러한 주인-대리인 관계에서는 대리손실(Agent Loss)가 발생하는데, 그러한 손실이 발생한 원인과 이를 최소화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주인-대리인 문제의 핵심이다.
주인-대리인 문제가 일어나는 상황은 다음과 같다.
비대칭적 정보
주인-대리인 관계의 본질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존재할 경우 정보를 가진 쪽에서 이러한 기회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해 보려는 유혹을 갖게 되는데, 이를 기회주의적 속성이라고 한다. 사전적 기회주의로서 역선택(adverse selection), 사후적 기회주의로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있다.
첫째, 주인은 대리인이 주인의 목적(선호)을 충실히 반영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리인은 대리인 나름대로의 목적을 가지고 행동한다. 중요한 것은 주인의 선호와 대리인의 선호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는 목적함수가 불일치하다고 말한다.
둘째, 주인이 대리인의 행동에 대하여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셋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인과 대리인 사이에 항상 존재하며 그 불확실성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고려하여 대리인에게 얼마만큼의 성과급과 고정급을 지급할 것인가의 문제가 등장하게 된다.
넷째, 주인과 대리인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대리인은 주인이 모르는 감추어진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존재할 경우 정보를 가진 쪽에서 이러한 기회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해 보려는 유혹을 갖게 되는데, 이를 기회주의적 속성이라고 한다. 사전적 기회주의로서 역선택(adverse selection), 사후적 기회주의로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있다.
a. 사전적 기회주의(역선택)
주인은 대리인을 선택할 때 그 대리인이 그 위임업무의 처리에 관한 능력과 지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그 대리인 본인보다는 잘 알지 못하므로, 대리인의 능력보다 많은 보수를 지급하게 되거나, 기준 미달의 대리인을 선택하는 현상을 말한다.
b.사후적 기회주의(도덕적 해이)
도덕적 해이는 대리인이 주인을 위하여 업무를 수행할 때, 주인은 대리인의 행위나 노력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관찰하거나 통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대리인은 과업의 수행에 필요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유인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즉, 무사안일 등의 행태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를 극복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쓰인다.
a. 신호 발송(Signalling) :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진 당사자(대리인)는 어떤 특수한 행동을 함으로써 상대방(주인)이 잘 모르고 있는 자신의 특성을 알리기 위한 행동을 말한다. 즉 정보를 가진 자가 학력이나 경력을 과시하는 방법 등을 말한다.
b. 걸러내기(Screening) : 시장에서 정보를 덜 소유하고 있는 자가 정보를 많이 소유하고 있는 자를 분류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하나의 장치를 말한다. 주인이 대리인에게 일정한 자격과 요건을 요구하거나 복수의 계약을 제시함으로써 대리인의 능력과 정보를 얻는 방법을 말한다.
c. 자기선택적 장치(self-selection device) : 거래당사자들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러한 당사자들이 주어진 시장조건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관찰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자동차보험에서의 자기부담금제도가 좋은 예이다.
d. 평판(Reputation) : 대리인의 신뢰있고 일관된 정책, 행동에 의존하여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e. 복수의 대리인(Multiple Agent) : 복수의 대리인 사이에 서로 경쟁하고 견제, 통제하여 실질적인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경쟁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정부영역에서 민영화나 민간위탁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주인-대리인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은 독점적 정부보다는 경쟁성이 확보되는 시장에 기능을 이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f. 공유(Sharing) : 비대칭적 정보구조를 직접 극복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써, PPBS(Planning Programming, Budgeting System, 계획입안, 진행계획 작성, 예산 편성의 단계를 거치는 예산제도로서, 예산의 계획기능을 강조함), BAIS(Budget & Accounting Information System, 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등의 예산제도 등을 들 수 있다.
g. 유인설계(Incentive Design) : 주인-대리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전적 보상(성과급, Stock Option 등)을 통하여 대리인의 선호가 주인의 선호와 일치하게 하는 것이다. 대리인의 업무성과가 증가할수록 주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대리인의 금전적 보상이 늘어나므로, 대리인과 주인간의 이해의 상충문제가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주인-대리인 문제가 행정의 차원에서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a. 관료포획현상 - 국민들의 관심부족과 정보의 비대칭성, 피규제기관의 리베이트로 인해 오히려 피규제집단의 입장을 옹호하는 도덕적 해이를 보인다.
b. 국민-국회-정부관료제 - 정치인에 대한 부족한 정보, 잘못된 정보 등으로 역선택이 발생하며, 선출된 의원들도 국가전체의 이익보다는 사익을 위해 행동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난다.
c. 공기업의 민영화 - 주인없는 대리로 인해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등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민영화를 주장한다. 즉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d. 책임운영기관 - 책임운영기관을 일반행정기관과 분리 운영하는 것은 거래비용이론의 관점에서 내부관리비용을 줄이고 장기계약을 통해서 거래비용도 늘지 않으리라는 판단에서 도입한 것이다. 대리인이론으로 본다면 대리인이 하는 일을 보다 명백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e. 관료부패와 무사안일(복지부동) - 국민들은 관료조직에 대해 내부의 사정까지 세세하게 알고 있지 못하며, 설령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통제하고 감독할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때문에 관료들이 도덕적 해이를 보이면서 공직의 의무(국민에 봉사) 대신에 단순 현상 유지 혹은 조직 확대만을 노리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 운영에 핵심적인 정보를 쥐고 있으면서 그것을 사적인 이익에 악용하는 부패 현상을 보이게 된다. 또한,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정권보다 정부조직 자체가 더 영속적이기 때문에 정권 초기에 각종 공공․행정 개혁을 시도할 때, 관료들은 어차피 오래가지 못할 것을 알고 주인(국민 혹은 정권)의 눈치만 보다가 결국 개혁을 유야무야시킴으로써 현재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안정화하려는 유인을 갖게 되는데, 이를 일러 복지부동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