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의 법칙>
Work expands so as to fill the time available for its completion.
"일은 그것을 처리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만큼 늘어나기 마련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노스코트 파킨슨이 1955년 '런던 이코노미스트' 지에 발표한 글에서 처음 제시한 아이디어로, 일의 양에 관계 없이 공무원 수는 늘어나게 마련이라는 점을 꼬집고 있다. 특히 공공 행정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정치인들과 납세자들은 공무원 수가 많아지는 만큼 업무량도 당연히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관리의 수와 업무량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두가지 핵심 요인으로는,
첫째, 관리(공무원)는 부하직원을 늘리려 하는 반면,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점(부하 배증의 법칙)이다.
즉, 스스로 격무에 시달린다고 생각하는 공무원이 있다면(실제로 그런지와는 상관없이), 일을 그만두거나 동료를 늘리기보다는 업무 보조를 위해 부하직원을 늘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하직원을 두면 본인의 지위가 보다 확고해질 뿐만 아니라, 업무를 나누어 여러 부하직원에게 분담시킴으로써 전체 업무를 모두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이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하직원 역시 자신의 부하직원을 두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처음의 공무원은 승진을 할 수 있는 체계를 획득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 사람이 하던 일을 여럿이 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요인으로는, 공무원은 서로를 위해 일거리를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다는 점(업무 배증의 법칙)이다.
처음 한 사람이 업무를 수행할 때나 앞에서 비대해진 조직에서 수행할 때나 실제 업무는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 즉, 업무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지시, 감독, 보고, 승인 등의 부수적인 업무가 늘어나 업무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파킨슨은 이러한 법칙의 근거로 영국 해군을 대상으로, 1914년부터 1928년 사이의 간부의 수의 변동을 조사한 결과를 내어놓았는데 그것이 아래와 같은 표이다.
연도 |
주력함정 수 |
장교와 사병의 수 |
공창근로자 수 |
공창관리와 사무원 수 |
해군본부 관리의 수 |
1914 |
62 |
146,000 |
57,000 |
3,249 |
2,000 |
1928 |
20 |
100,000 |
62,439 |
4,558 |
3,569 |
증감률 |
-67.74% |
-31.5% |
9.54% |
40.28% |
78.45% |
위의 표에서 중요한 것은 1914년에 2,000명이던 해군본부 관리의 수가 1928년에 3,569명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업무량의 증가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에 있다. 같은 기간 병사는 1/3이, 함대는 2/3이 축소되었고, 더 이상의 인원이나 함대의 증가를 기대할 수도 없었던 상황에서 관리의 수만 78%나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1935년과 1954년 사이의 통계를 확인해 보자. 이 기간 사이의 영국 식민성 직원의 행정직원의 수는 다음과 같다.
연도 |
1935 |
1939 |
1943 |
1947 |
1954 |
인원 |
372 |
450 |
817 |
1,139 |
1,661 |
1940년대 들어서 영국의 식민지는 크게 줄어들었고, 이후 해마다 변동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식민성의 관할 지역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성의 행정직원 수는 매년 5~6%(전시를 제외한다) 가량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파킨슨은 이러한 통계를 통해 공무원의 인원 증가율을 공식화하였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x(%) = 100*(2k^m+l)/y*n
x : 공무원 증가율
k : 간부의 수
m : 한 부서 내에서 기안작성에 걸리는 시간
(k^m 은 k의 m제곱을 의미함)
n: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단위집단의 수
y : 전년도 직원의 총수
파킨슨은 당시의 공공행정 조직이 왜 업무량과 관계없이 비대해져 가는지를 통계적으로 증명하였고, 통계학적 수치와 냉소적인 문체를 동원하여 관료주의에 찌든 거대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조직 개편을 할 때 공무원의 수도 줄이려고 하고 또 실제로 좀 줄어들기도 하지만, 결국은 오히려 매년 늘어나서 이전보다 훨씬 비대해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경우에도 지난 여러 번의 정부 임기 동안 초기에는 반짝 줄었다가 어느새 슬그머니 조직이 확대되어 임기 말년에는 이전 정부보다 더 심한 복마전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파킨슨의 법칙은 정부뿐만 아니라 오늘날 관료화된 대기업 등의 사회 각 조직의 비효율성을 비판하는 메시지로도 인식되고 있다.
[ 참고 : C.Northcote Parkinson 저, 김광웅 역, 파킨슨의 법칙,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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