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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Communication)이야기

부부간의 대화

 

오늘 우리 부부는 얼마나 대화를 했을까? 새벽같이 출근해 밤 늦은 야근으로 서로 얼굴도 못 보고 사는 날이야 시간의 부재를 탓하면 그만. 그렇다면 하루 종일 한지붕 아래 있는 휴일에 흐르는 침묵은 뭐라 변명할 수 있을까? 한때 '대화가 잘 통해서', '코드가 잘 맞아' 결혼했다는 부부들이 살면 살수록 '말이 안 통한다'며 입을 닫게 되는 이유를 들어봤다.

 

아이와 ‘국민 스포츠’만 대화 공통분모? 

 

시시콜콜 주변의 모든 사건이 대화의 주제가 되었던 신혼 때와는 달리 결혼 3년만 지나도 할 말이 없다는 부부가 많다. 1년 전 맞벌이를 포기한 한수영 씨(33)는 "직장생활 할 때는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통하고, 직장 문제나 아이 교육에 대해 상의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이제 전업주부가 되니 남편과 생활반경이 완전히 분리되었고 생각의 차이도 커져 공유할 대화가 별로 없다"고 했다.

 

 

기나긴 육아 스트레스도 부부의 대화를 멀게 하는 긴 터널로 작용한다. 3년 터울 남매를 둔 조윤혜 씨(35)는 “남편은 하숙생에 지나지 않는다” 말할 정도. 하루 종일 아이들한테 시달리고 나면 저녁 때는 말 한 마디 할 기운이 없다. 또 남편이 집에 있을 때면 어떻게 해서든 애 맡기고 혼자만의 자유를 누리고 싶다보니 대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제 대화 상대까지는 바라지도 않은 채 그저 가사노동 지원자, 육아 보조자가 되어주는 것에 만족할 따름이다.

 

TV 앞에서도 하나가 될 수 없어 각 방에서 서로 다른 채널을 틀고 보는 부부들의 모습도  흔하다. 정 아무개씨(42)가 남편과 TV앞에 나란히 앉는 것은 오로지 '국민 스포츠' 시즌뿐.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 대회 기간과 월드컵 시즌에는 그나마 얘기꺼리가 많았었다. 그런데 그마저 막을 내리니 다시 각 방으로 가 남편은 게임 채널에, 정씨는 드라마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산다.

 

 

속뜻 헤아리기 바라는 아내, 애매한 화법에 답답한 남편 

 

살아갈수록 말이 안 통하는 부부

 

 

살면서 부부 사이 대화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결혼 9년차 남편 김 아무개 씨(40)는 “아내의 확대 해석이나 왜곡된 언사가 대화를 단절시키는 요인”이라고 봤다. 어머니 생신 선물을 의논하면 친정과 비교하고, 나들이를 갔다 와서도 다른 집과 비교하며 불만만 털어놓는 식의 반응이 남편으로서의 모든 의욕을 꺾어놓는다는 것. 신혼 때 친구 아내 칭찬으로 붙었던 싸움쯤이야 질투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이제는 자존심을 건드는 예민한 문제라고 했다.

 

남편한테 “요즘 사는 게 재미없다”고 말했던 선아무개 씨(34)는 급기야 부부싸움에 이르렀다. “답답해 여행가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는데도 무대책으로 일관했다며 감정을 폭발시킨 것.

 

 

그러나 남편은 당황스러웠을 뿐, 사는 게 재미없다는 말을 어떻게 여행으로까지 연결시켜야 하는지 아내의 말이 어렵기만 하다. 아내들은 '아'만 해도 '어'까지 알아듣고 움직여주길 바라지만 남편들은 문자 그대로밖에 접수하지 못한다. “집안일 도와 달라” 잔소리 하는 아내를 보고도 뭘 도와달라는 건지 우왕좌왕하다 다시 소파에 드러눕는 게 대부분의 남편들. 13년차 남편인 정인성 씨(42)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게 가장 편한 대화다. 내가 지금 뭘 어떻게 해주면 되는지 말해주지는 않고 애매한 감정만 토로하면 남자들은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고 대변했다.

 

반면 아내들은 있는 그대로의 평가를 원하지 않는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칭찬을 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맛있다”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 주방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게 순진한 아내들이란 것만 눈치 채더라도 부부의 대화는 훨씬 즐거워질 터. 열 번 잘해도 한 번 나 몰라라 하면 욕 먹는 게 남편이고, 열 번 무관심하다 한 번 도와주면 남편을 국빈 대접 해주는 게 아내들이다.

 

 

자녀 교육관의 차이, 부부 대화 단절 초래하기도

 

"애 성적이 오르지를 않네. 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나…" 푸념처럼 들리는 아내 말의 속뜻은 '학원을 더 보냈으면 좋겠다', '남편이 애 공부 좀 도와주면 좋겠다'는 의도임을 기혼여성들은 공감할 법. 그러나 대부분 남편들은 "당신이 뭐 파고들어 생각하는 거 싫어하잖아. 그 엄마 밑에서 뭘 배우겠어" 내지 "벌써부터 공부 열 올려서 뭐하게. 하는 애들은 나중에라도 다 해"하는 반응을 보인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보파 아내와 소신파 남편의 극명한 가치관 차이가 대화를 단절시키는 장면이다.

 

교과서 같은 말만 늘어놓는 남편에게 진지한 상의를 이어가는 아내는 없을 것이다. 서로 다른 가치관에 마음의 문과 함께 귀도, 입도 굳게 닫을 뿐. '돈 쓴 만큼 한다'는 게 교육 현실임에도 '때 되면 한다'는 구시대적인 교육관을 가진 남편들에게 자녀 교육을 논할 아내는 많지 않다. 남편과 상의하기보다는 교육컨설턴트를 찾아가고 입시설명회를 쫓아다니는 게 훨씬 득이 되는 일. 중고생 자녀를 둔 최혜경 씨(45)는 "살다보면 아이밖에는 부부간 공통된 관심사가 없는데 교육관에 차이가 생기니 정말 할 얘기가 없다. 사회생활을 하는 남편들이 사회에 대해서는 더 잘 알겠지만, 교육 세태도 모르면서 무조건 아내를 틀렸다 몰아부치는 게 자녀 얘기마저 공감할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라 했다.

 

 

부부들이 바라는 대화 기술

 

  ▶ 남편이 아내에게

 

  -6하 원칙에 따라 정확한 정보를 주고 필요 없는 말은 늘어놓지 않으면 좋겠다.(김진수, 38세) 


  -남들 앞에서 인상을 쓰거나 불평을 늘어놓으면 자존심 상한다. 불만이 있어도 남들 앞에서는 

    참고 집에서 둘만 있을 때 하길 바란다. (정의수, 36세)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칭찬받고 추켜 세워주면 좋아한다. 갈수록 남편의 존재감이 사라지는데

    존중받고 싶다. 남자는 자존심에 목숨을 건다. 신뢰와 존경을 보이길. (김교식, 45세)


  -침묵하는 아내가 제일 무섭다. 정확한 의견을 제시하고 싫은 건 왜 싫은지 말해주고, 좋다면

    충분히 즐거워해주는 게 남편의 다음 단계 행동을 이끌어내기 쉽다. (김준수, 40세)

 

 

 

 ▶ 아내가 남편에게

 

  -단답형의 대답은 싫다. 옳고 그름을 듣고자 얘기를 붙이는 게 아니다. 같이 응수해주고 내 편이

    되어 한마디라도 건네주길 바라는 것 일뿐. (정은아, 36세)


  -일단 내 의견에 동조한 다음에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내야지, 무조건 내 생각이 문제라는 식으로

    걸고 나오면 대화는 감정적이 되고 만다. (최미림, 35세)

 

  -한마디 던졌을 때 꼬리를 물고 나오게 대화를 이어줬으면 한다. 묵묵부답이거나 다른 집도 다 그

    런다는 식의 대답이 대화를 차단시킨다. (정윤선, 40세)

 

  -미안함도 가끔은 표현해주면 좋겠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미안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착각하는 것만으로도 아내들의 마음은 녹는다. (박지민, 41세)

 

 


 

 

글, 사진 위민기자 최유정 * 위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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