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인터플렉스 제1공장. 직원들은 삼성 갤럭시S, 애플 아이폰4, 모토로라 드로이드X 등 스마트폰에 들어갈 부품을 플라스틱 박스 안에 쉴 새 없이 담고 있었다. 전 세계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이곳에서 부품을 구하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부상했다. 삼성·모토로라·애플·LG전자의 1차 협력사로, 또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인 노키아·소니에릭슨·RIM (블랙베리를 만드는 리서치인모션)과는 대규모 공급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끌어가는 대부분의 글로벌 회사가 이 회사의 거래처다.
배 사장은 "주문량이 예상량을 뛰어넘고 있다"며 "지난주에 애플·삼성·LG·모토로라 부품 구매 담당이 한꺼번에 회사를 찾아오는 바람에 누굴 먼저 신경 써야 할지 몰라 혼자서 진땀을 흘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인터플렉스 부품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일반 휴대폰용 회로기판을 만들던 평범한 회사에서 스마트폰용 기판업체로 전 세계 어느 회사보다 재빨리 전환했기 때문이다. 배 사장은 지난 2008년 초 모토로라 미국 시카고 본사에서 만난 기술개발자의 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부품 개발 논의차 밤 11시 본사 앞 맥주집에서 만난 이 개발자는 "이제 모든 휴대폰은 스마트폰으로 통한다. 우리는 여기에 승부를 걸었다"고 귀띔했다. 당시 모토로라는 일반폰 경쟁에서 노키아·삼성·LG에 밀리자 회사 존폐 여부까지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배 사장은 "그때 세상이 급변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당장 그해 말부터 1500억원을 투입해서 스마트폰 기판제작용 자동기기를 설계해서 들여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모토로라가 드로이드 시리즈로 아이폰과 함께 미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붐을 이끌며 재기에 나섰다. 하지만 모토로라보다 더 성공적인 회사는 배 사장이 이끄는 인터플렉스와 영풍전자였다. 두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3447억원의 매출을 기록,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의 증가율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288억원으로 갑절 이상 뛰었다.
2006년부터 2년간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상전벽해다. 피처폰(일반폰) 시절에는 휴대폰 하나당 4개 정도의 연성회로기판이 들어가는데, 스마트폰에는 내부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7개 정도가 들어간다. 스마트폰 생산량이 늘수록 그에 따른 주문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구조이다.
안산 반월공단=호경업 기자 ho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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