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생각치도 못한 성과를 흔히 '세렌디피'(serendipity)'라고 합니다.
오랜 과학자로 활동해 온 분의 글을 읽다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세렌디피를 만나는 일에 관한 조언을 만났습니다.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과 많은 부분이 유사하기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행운이 찾아오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완전히 우연에 의한 일이라고도 할 수 없다.
즉 행운이 오느냐 아니냐는 평상시의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
#2.
이 세렌디피를 부르는 조건 중 하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주의깊게 살필 수 있는 눈을 갖는 것이다.
눈 앞에서 일어나는 사태와 변화를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도 없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아, 이건 아니야"라고 부정하고 외면해서는 안 되며,
눈 앞에 닥친 현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3.
두 번째 조건은 '헛수고를 좋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원래 딱 부러지는 사람일수록 헛수고나 비효율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학연구라는 분야는 원래부터 장대한 헛수고의 집적체다.
과학연구를 하다 보면 백 번을 헛수고한 끝에 하나의 유익한 발견을 할 때가 있다.
혹은 백 번의 헛수고를 했기 때문에 비로소 하나의 유익한 발견을 해낼 때가 있다.
#4.
만약 착각이나 실수에서 태어난 우연한 업적들을
"원래 생각했던 건 이런 게 아냐!"라는 이유만으로 간과한다면
결국은 그 성과들이 가진 놀라운 힘을 놓치게 되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헛수고라고 배제해서는 안 되며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그 일을 반복할 수 있는
강한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하다.
#5.
세번재는 실패와 실수 속에 있는 위대한 '뭔가'를 알아보고
그것을 끌어내는 '힘'을 갖추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감'이다.
실패사례 속에 숨은 위대한 뭔가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찾아 거머쥘 수 있는 '직감'과 '번뜩임'이 필요한 것이다.
#6.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와 실패 중에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위대한 결과를 불러올 '뭔가를 품은'것이 많이 숨어 있다.
이것들도 분명히 실패는 실패다.
하지만 이 실패들 속엔 새로운 뭔가를 창조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돼 있다.
단, 이런 실패들을 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실수와 구별이 되지 않으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쳐버릴 수 있다.
#7.
'창조직인 파편'이 실패의 바닷속에서 떠다니는 것을 알아차리고
알아볼 수 있는 직감과 눈이
바로 세렌디피티를 성과로 연결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다.
세렌디피를 부르기 위한 노력은 실패가 나쁜 게 아니라
실패로부터 배우지 않는 게 나쁜 것이라는 실패론과도 일맹상통한다.
-출처: 무라카미 카즈오, (바보는 신의 선물), 좋은책만들기, pp.36~38
**공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