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한국이 이달 1일로 설립 10년을 맞았다. 올림푸스는 디지털 카메라 제품에 대한 인식조차 없던 국내에 새로운 카메라 문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시장을 주도하는 카메라 수위 업체로 올라섰다. 글로벌 기업으로 드물게 강남에 본사 사옥까지 마련할 정도로 사업 면에서도 연착륙했다. 5명이던 직원도 400명으로 늘었다. 10년 전과 비교해 100배가량 성장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닐 정도로 올림푸스 위상과 브랜드가 올라간 것이다. 지금의 올림푸스를 만든 일등공신이 방일석 사장(47)이다.
방 사장은 “군더더기 없는 작지만 강한 회사를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다윗 같은 강소 기업을 위해서는 먼저 `일당백` 직원이 필요합니다. 직원 한명이 100명 몫을 해내야 합니다. 그만큼 인재 중심의 효율적인 조직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두 번째는 빠르고 정확해야 합니다. 다른 글로벌 기업과 달리 결제 과정을 단순화했고 책임 경영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명하고 정직한 회사입니다. 정직한 회사를 위해서는 원칙과 표준이 확실해야 합니다.” 방 사장은 이를 `3s+1c` 경영 철학으로 요약했다. 3s는 `슬림, 스피드, 스탠더드`를, 1c는 `창의성(creative)`을 말한다.
방 사장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 핵심이 안팎의 소통이다. 외부 보다는 내부 소통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이용하는 도구가 이메일이다. 올림푸스 전 직원은 매일 이메일로 동료들에게 하루 동안 진행했던 업무 내용을 보내야 한다. 귀잖아 보이지만 의무 조항이다. 이메일 소통은 인사 고과에 반영할 정도로 필수 업무다. 대표와 임원도 예외는 없다.
“이메일은 사실 외부보다는 내부 소통이 목적이었습니다. 조직에서 무서운 건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적`입니다. 대부분 외부 업무에 쏟는 에너지가 많다고 하는데 따져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전체 에너지 가운데 80%는 소통과 설득, 공유와 같은 내부의 문제입니다. 이메일 보고를 정착한 것은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이메일을 보는 입장에서는 동료의 고민과 회사와 고객사 상황을 속속들이 꿰찰 수밖에 없다. 담당 업무를 맡지 않는 직원도 세세하게는 힘들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재빠르게 감지할 수 있다. 그만큼 업무 파악이 빠를 뿐더러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올림푸스 고객과 협력사는 해당 직원이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내부에서도 훨씬 수월하게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옆에 있던 동료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평소 멘토였던 임원이 어떤 로드맵을 잡고 있는 지 자연스럽게 교감이 만들어진다.
방 사장은 또 경영에서 전략 보다는 실행에 훨씬 더 무게 중심을 두는 점도 독특하다. 대부분 경영자가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비해 전략이 좀 어설프더라도 실행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세상에 전략을 잘 짜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이를 성공적으로 완성해 가는 사람은 드뭅니다. 설령 전략이 잘못되더라도 실행 과정에서 어긋나지 않게 순발력 있게 바꿔 나가면 됩니다. 그러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제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의미가 없습니다.”
출범 10년을 맞는 올림푸스는 또 다른 10년 후를 준비 중이다. 카메라에서 의료기기 등 새로운 사업도 디자인하고 있다. 방일석 사장은 “중도에 포기할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글로벌 기업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보여 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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