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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속의 지혜

장난 치지마!

 

하루도 빠짐없이 위엄을 갖추고 신하를 상대해야 하는 임금님은 싫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늘 같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고 권위를 세어야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임금님은 무료함과 판에 박힌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 명의 광대를 고용하여 그에게 재미난 재주를 부리게 하였습니다.

 

 

광대는 임금님을 위해서 온갖 재주를 다 부리며 갖가지 몸짓을 서슴지 않으며 임금님을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임금님은 그런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그 광대는 임금님만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부족했던지 궁궐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신하들을 놀려대기 일쑤였습니다. 날이 거듭될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 신하들은 짜증이 났고 광대 때문에 임금님까지 욕을 얻어먹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을 안 임금님은 속이 상했습니다.

 

 

임금님은 광대의 못된 행동을 고쳐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는 신하를 시켜서 그를 감옥에 가두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영리한 광대는 그것이 임금님의 꾸며낸 연극이란 알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한 임금님은 그를 형장으로 끌고 가도록 했지만 광대는 그것 역시 임금님의 각본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형장에 끌려간 광대는 시퍼런 칼을 든 망나니를 보자 겁이나 파랗게 질렸습니다. 망나니가 광대에게 무릎을 꿇고 목을 길게 빼라고 명령하자 광대는 턱이 들들 떨렸습니다. 그러나 영리한 광대는 그 모든 것이 자기를 혼내주려는 임금님의 연극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드디어 망나니가 시퍼런 칼을 번쩍 높이 쳐들자 광대가 두 눈을 감았습니다. 망나니는 칼로 내려지는 대신에 찬물 한 바가지 광대의 머리에 부었습니다. 장난끼를 느낀 임금님이 미리 그렇게 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임금님이 웃으시며 목을 빼고 있는 광대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이제 알겠느냐? 너의 무례함을 고치고자 내가 꾸민 일이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거라."

 

 

그러나 광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살펴보니 그는 숨이 끊어져 죽어 있었습니다. 광대는 너무 두려운 나머지 쏟아지는 한 바가지 물이 목에 닿자 말자 놀라 심장이 터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장난 때문에 장난인줄 알면서도 장난처럼 죽은 광대,

심한 장난을 고쳐주려 장난을 꾸민 임금,

진실과 장난을 구분하기 힘든 요즘 음미해볼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