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눈雪]
부산 사람들에게 눈은 작년에 왔던 서울 총각이다. 기다리지만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눈이 오면 항상 뜻밖의 눈이라 말하고 반기는 마음을 두배로 키워낸다. 눈송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단다. 바다를 향해 생전 보이지 않던 환한 미소를 띤다. 동구 밖 바라보며 장터 간 어미 기다리듯 먼 하늘 눈이 시작되는 곳을 바라보려 한다. 모두 거리로 나선다. 부마 항쟁 때 팔장 걸고 옥상 위에서 구경하던 그 중늙은이들도 거리로 나선다. 쌓이지 않아도 좋다. 쌓이지 않아도 좋다.모두 같은 말을 하지만 이왕 내리는 눈이면 쌓일 만큼 내리기를 원하는 것도 한마음이다. 그런 들뜬 마음들이 잠들고 밤세상이 조용히 멍석을 깔면 가끔 눈이 쌓이기도 한다. 그런 날은 부산사람들 횡재한듯이 입을 귀에 걸고서 눈 위에서 몸부림을 친다.부산에서는 시골처녀 서울 총각 대하듯 눈을 맞는다. 눈오는 날이면 부산사람들은 낯선 시골처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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