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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들

사랑 수사학 41. 해묵은 사랑

 

 

< 해묵은 사랑>

 

해묵은 사랑은 서로에게 새로움이 빠진 익숙한 음식이다.
그것이 밥과 같다면 그저 반찬만 바꾸어라.
밥 맛이 돌지 않는 반찬부터 바꾸어라.
밥상에 밥만 올린다고 밥상이 아니다. 밥도둑을 찾아야 한다..
배가 고파야 먹는 밥은 생존의 습관이다.

 

해묵은 사랑은 보이지 않는 간격에 둔감한 토목이다.
새로운 우주적 합일의 교점을 찾으려 하기보다
망원경으로 눈의 결정같은 황홀경을 찾으려 하고
그저 단순히 오르가슴의 순서를 기다리는 방관자가 되어 간다.
익숙하기에 멀어지는 간격이 보이거든 
너희의 사랑이 썩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해묵은 사랑들아,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도 새 살이 돋거든 그 때 다시 사랑하라.
그 때의 사랑이 또한 익숙하거든
그 때는 그저 그 사랑을  그리움에 묻어두어라,
해묵은 사랑의 결론은 공동 묘지의 보기 좋은 상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