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산으로 모이는 풍경]
비내리는 풍경으로 시작된 유월이
어느새 과하게 익어버린 봄을 위해
짙은 녹색을 배설한다.
점점 더해지는 직설적인 태양의 구애
몸을 부비는 잎사귀 사이로
바닷 바람이 풀려 나오는 항구 도시
<백양산>이란 명패가 달린 산봉우리에서는
낙동강을 따라 흐르는 구름 위로
종이배같은 함선이 뱃고동을 울리고
그 뒤를 시종같은 여름이 오고
저 너머 성급한 해운대는 옷 벗는 소리 요란하다.
바다에 걸려 위태한 광안대교
시위하는 이기대를 막아선 거대한 크래인의 부두
삼신할머니 머리 감듯 구름 걸린 영도
바다와 강을 굳이 갈라보겠다는 하구둑
너른 얼굴이 잘생긴 김해 평야
맛난 말차 한사발 두고 도시와 마주 앉은 대공원
이런 저런 풍경들이 산등선이를 타고 오르는
그렇고 그런 동네 뒷산
허리춤에 깃들어 사는 부처도
절받기 귀찮으면 코골며 낮잠자고
온 동네 아지매들 수다가 재롱이 되는
할매 고쟁이 품같은 그렇고 그런
동네 뒷산 백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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