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 선 둘에게]
지금 이 자리는
둘이 함께 축복 받는 자리가 아니라
홀로 선 하나가 함께 선 하나에게
진정으로 축복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하는 지성소
태어나면서 이미
서로를 향했던 나침반을
이제는 서로를 위해
새끼 손가락에 올려 놓는 시간이다
못난 사람들은
가슴이 만든 사랑의 이유를 찾으려
머리를 쓰고
머리가 만든 사랑의 조건을 맞추려
가슴을 앓고
마음에 새긴 사랑의 상처를 덮으려
헛한 웃음을 찾는다.
사랑은 가슴에 맡기고
사랑의 조건일랑 무시하고
사랑의 상처를 보듬어라.
그리하면 풍성한 파뿌리에서
늘 푸르고 싱싱한 희망이 솟는 것을 보리라
결혼은 사랑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위해서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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