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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들

겨울로 향하며

겨울로 향하며

 

                                      2000 11 늦은 날에

 

겨울 머금고 넘나드는 파도에 자지러지는

태종대 자갈마당

 

바람에 날리는 서른 여인네의 머리자락

수평선 너머로 이어지고

 

초겨울 찬바람

무심한 동백의 향기를 훔치다

떠나는 뱃고동에 놀라 숨는다.

 

추억하는 가을의 사연들은

해가 지날수록

화로 속의 불꽃처럼 힘없고

 

이상 새로운 것이 없는 계절과

씹어 맛나지 않는 희미한 추억들만

습관처럼 되씹는다.

 

어느 산골 차창 너머 조용한 풍경

익는 굴뚝의 하얀 연기에 취해

문득 불렀던 그리운 사람의 이름이며

 

어느 새벽 안개 자욱한 강가

모금 담배를 나누며

세상을 함께 걸어보자던 우정의 맹세며

 

마른 기침 사이로 들리던 할머니의 넋두리  

늙으면 죽어야지..’

할매 죽지 마이소철없는 손주의 볼멘 소리가

 

문득 세어 나이 만큼 어색해지는 겨울로 향하며

새로운 후회보다 추억이 더해지기를

낮은 목소리로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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