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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독후감

[스크랩] 유쾌한 심리학

 

[ 유쾌한 심리학] 지영 지음

 

책상에 놓인 유쾌한 심리학이란 제목의 책 두 권과 서가에 꽂힌 제목에 심리학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을 물끄러미 보면서 왜 저 책들을 샀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모두 끄집어내어 책상 위에 배열해본다.

 

성취심리, 실전 심리학,산업 심리학, 교육 심리학, 성공 심리 활용술,조직 심리학,

이제는 절대 심리전에서 밀리지 않는다. 설득 심리학, 대인관계에서 성공하려면,

상담심리, 성격심리학 등등 10여권이 넘는다.

 

목차를 쭉 훑어 보니 이론적 설명 중심의 책들도 있고 이런 이론들을 실생

혹은 비즈니스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내가 이 책들을 산 이유에는 무엇인가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

목차나 책의 중간 중간에 쓰여진 메모의 내용으로 추론해 보건 데,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 내어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성공적인 비즈니스 결과를 얻고 싶은 목적,

혹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효율성과 효과성을 향상 시킬 목적,혹은 뛰어난 설득력을

가진 협상의 대가가 될 목적, 혹은 리더십의 향상을 위해 필요한 기법을 얻을 목적

등을 가지고 있었다독심술사가 되고자 했던 것 같다. 

 

심리학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학문이다.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스스로를 모르는 존재이다.

많은 학문들이 그렇지만 심리학 역시 밖으로 드러난 인간의 행동이나 반응 등의

현상들을 기초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하는 소위 과학적인 방법론을

가지고 진화해왔다. 그 진화의 결과 설명 가능한 인간의 행동이나 사고의 원인

혹은 결과에 대한 질적 양적 성장이 이루어졌다.

나는 심리학의 이런 질적/양적 성장의 결과로 심리학 관련 서적을 읽을 때 경험하는

아하~!체험의 신빙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유쾌한 심리학이란 이 책에서도 제법 많은 아하~! 체험이 있었다.

중년의 권태기에 부부간의 새로운 관계 모색의 방법이 필요한 시점에 접한 사랑의

이론이라든지, 요즘 부쩍 잦아진 건망증 때문에 고민하던 차에 접한 기억과 망각에

대한 내용은 아주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이다.

기억의 조작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라든지, 쿨리지효과(숫소이론과 비슷하다),

새로움 추구(모험심 수준)와 남녀관계에 대한 내용 등은 가벼운 만남의 안주거리로도

훌륭한 소재들이다.

 

특히 저자가 생소하지 않은 국내 사례를 많이 인용하였고, 신문에서 그냥 지나쳤던

내용을 심리학적인 접근을 통해 해당 개념이나 이론의 설명을 시도한 점,

그리고 일상의 경험을 통해 한번쯤은 ?라는 의문을 가졌을법한 내용을

소제목으로 선정하여 목차를 전개한 점 등이 칭찬할만하다.

 

그러나 감각과 지각에서 다루는 착시 등의 소재는 좀 진부했고, 이런 진부함

2권에서는 좀더 심해진 것 같다. 창의성/ 리더십/ 우울 /자살 등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선정한 것은 좋았으나 해법이 새롭지 못했고 이런 저런 책에서 일부를

가져와 정리해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1권의 성공에 이은 기획된 2권의 한계라고나 할까

그런 이유 때문인지 1/2권을 합본해서 팔리는 1권에 2권을 끼워 팔고 있다.

 

그래도 2권에서는 창의력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론을 소개한 점은 돋보인다.

SCAMPER 기법은 잘 공부해 두면 여러 가지 문제 해결 기법 혹은 기획 기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1권의 서문에서 다름과 차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평소 다름과 차이를 구분하자고 이야기하면서도 개념적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던

터라 심사숙고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입장이 다르면 시각이 다르고 시각이 다르면 견해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입장차이로 인해 불편한 관계의 경험이 있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다름이 차이와 갑자기 합쳐져 버려서 순간 혼동된다.  

 

하지만 입장이 다른 경우입장이 차이 나는 경우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다름은 다양성에 대한 인정을 기초로 하지만, 차이

동질성의 수준 혹은 정도를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단어만 비교하면 사실 차이다름의 범주 안에 있다.

일치하거나 같지않고 다른 것을 표현하는 것이 차이이다.

그런데 우리가 다름차이와 구분해서 쓰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는 다름차이로 인식하고 차별을 실천한 역사 때문이다.

피부색의 다름, 생김새의 다름을 우열이 있는 인종의 차이로 인식하고

인종차별이라는 역사를 만들어 내었고, 같은 피부색이면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민족적 차이로 인식하게 하여 600만 명의 유태인 학살이라는 비극의

역사를 만들었으며, 같은 민족이면서도 전라도 경상도를 구분 지어 지역적 차별을

만들어낸 역사를 우리 또한 가지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호/불호의 성향을

묵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름차별로 악용하려는 사람들은 호/불호의

성향의 원인을 다름에서 찾기 때문에 다양성을 동질성의 수준에서 평가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해온 것이다.

때문에 다름차이와 구분해서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이렇게 이용당하고

싶지 않다는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둘째는 다름시시비비와 연관 짓는 습성 때문이다.

다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의 다름옳은 것이라 인정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혼수를 예로 들자. 한 지역에서는 남자가 대부분의 혼수를 준비하는

풍습이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여자가 대부분의 혼수를 준비하는 풍습이 있다.

이때 같은 지역 내에서의 결혼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두 지역의 남녀가 결혼을 하게 되면 문제가 된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면 문제가 없는데 한 지역에

자신의 다름이 옳다고 주장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커진다. 한 지역에서는 여자를

데려가니 남자가 혼수를 준비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남자가

여자의 일평생을 책임지니 여자가 혼수를 준비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각각의 주장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언뜻 보면 시시비비의 문제처럼

보이나 사실은 문화나 관습이 다를 뿐인 것이다.

 

셋째는 다름연관에서 발생하는 갈등 때문이다.

인간을 관계의 동물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사람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혼자서는 살지 않는다. 이 말을 다름은 결코 獨存하지 않고 연관을 가진다는 말로

좀 어렵게 이야기하더라도 전혀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다름의 연관에 있다. 다름의 연관은 불편함을 야기시킨다.

불편함은 갈등의 씨앗이다. 갈등은 대립-> 대결-> 격화-> 파국/진정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인간은 유유상종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유유상종은 같은 면이 있는 것끼리의 모임이지 완벽한 동질성의 모임이 아니다.

사람은 너무 달라도 불편하지만 너무 같아도 불편해한다.

부부간에도 성격이 다를 수 있는데 이것을 성격의 차이로 인식하는 것은 부부라는

연관 때문이다. 혹은 성적인 취향의 다름 연관되면 성적인 요구 수준의 차이

드러나기 때문에 많은 부부가 성격차이로 이혼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름의 연관에 의한 불편함의 해법은 분명히 있다.

그것은 바로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재미이다.

다름차이를 구분하면 우리는 다름의 연관에 따른 불편함이 아니라

다르기 때문에 연관되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네째는 다름을 계량화하여 차이化하는 데서 비롯한 문제 때문이다.

차이化의 예를 들자면 피카소의 5억짜리 그림과 박수근 42억짜리 그림

비교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아무런 화가라는 직업 외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고

그들의 창작물인 그림은 다를 뿐이다. 그런데 거기에 그림의 가격이 붙어버리면

42억짜리가 더 가치 있고 귀중한 것으로 변해버린다. 더 나아가서는 피카소보다

박수근이 더 가치 있는 화가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계량화는 경제적 가치만가지고 순위를 메기고 이 순위는 동질성을 가진 차이로

변해버린다.

누가 더 부자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물론 가치를 제외하면 돈이 더 많은 사람이 부자다.

그러나 부자다움이란 가치를 대입하면 돈도 많지만 기부한 액수도 많으면서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더 부자인 것이다.

아니면 1억을 기부하는데 벌벌 떠는 100억대의 부자보다 자신이 가진 전 재산

400만원을 자기 보다 못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할머니가 더 부자일 수 있는 것이다.

 

계량화는 가치를 동일시하게 하여 차이를 부각한다.

그러나 가치는 다양성의 기초에 서있는 개념이다.

 

위에서 다름차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의 문제들을

차별의 역사와, 시시비비의 문제 ,연관의 갈등,그리고 계량화의 몰가치화를

지적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서 호/불호를 다름과 구별하는 주관의 확립과,

시비를 가릴 경우의 다름인지를 한번 더 생각해보는 지혜와,가치를 배제한

계량화의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제시했다. 아마 더 많은 생각과 논의가

있어야겠지만.. 심리학 책을 통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

....................

유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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