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건형 기자 >(arete@joongang.co.kr)
대부분의 사람은 대화를 단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화는 정보 교환으로 시작해서 다른 사람과 자신의 의견을 섞어 최상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가장 흔한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도 요점을 분명히 전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는 확연히 갈라진다.
모든 대화 속에는 겉으로는 표출되지 않는 사상, 감정, 견해 등이 숨어 있다.
옥스퍼드 대학 세인트 앤소니 칼리지의 테오도르 명예교수는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 혹은 생각을 반드시 변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저서 <대화: 대화가 우리 삶을 바꾸는 방식(Conversation: How Talk Can Change Our lives)>에서
“21세기에는 새로운 의식, 즉 단지 말하는 게 아닌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대화가 필요하다.
진정한 대화는 활기를 얻게 해주며 정보를 전달하고 얻는 것 이상의 것을 가져다준다”라고 썼다.
효과적인 대화의 진정한 가치는 따로 있다.
대화가 시작되면 두 사람이 갖고 있는 다른 견해를 전혀 새로운 어떤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즉 원래 가지고 있던 각각의 견해에 비해 더욱 효과적이면서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리즈(Reese) 사의 땅콩 버터 컵 광고를 예로 들어보자.
한 사람은 땅콩 버터를 정신 없이 먹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초콜릿을 정신없이 먹고 있는 사람이 걸어온다.
두 사람은 부딪혀서 초콜릿이 땅콩 버터 병에 들어가게 된다.
한 사람은 “내 초콜릿에 땅콩 버터가 묻었잖아!”라고 짜증을 내고,
다른 한 사람은 “내 땅콩 버터에 초콜릿을 빠뜨리면 어떡해!”라고 화를 낸다.
그러나 두 사람은 땅콩 버터와 초콜릿이 뒤범벅된 것을 먹어보고는 놀라운 맛에 감탄한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두 가지가 조합돼 최고의 캔디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대화도 이처럼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놀라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젤딘 교수는 “대화는 서로 다른 기억과 습관을 지닌 지성인들의 만남이다.
지성인들은 단지 사실만을 교환하지 않으며, 사실을 변형시키고 모양을 가다듬어 함축된 의미를 이끌어낸다.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며
“대화는 단지 카드를 다시 섞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카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는 이것에 가장 큰 관심과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젤딘 교수는 대화를 ‘두 지성인이 만드는 불꽃’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시각은 학술적 차원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타인과 대화하고 사고하는 능력은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든 필요한 것이다.
이런 능력은 CEO나 영업담당 부사장에서부터 심지어 고객을 처음 만나는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컨설팅 및 리더십 교육 회사인 다이얼로고스(Dialogos) 사의 대표인 윌리엄 아이삭스 박사는
“얼마나 명확한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며
“현실적인 직업 활동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중대한 실수는 대화기술의 부족에 기인한다.
많은 조직에서 실적을 개선하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장애가 되는 사항들은
함께 대화하는 능력의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함께 대화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가장 까다로운 숙제이기도 하다.
갈수록 사람들은 바빠지고 있다.
이것은 서두르지 않고 사려 깊게 대화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를 보여주고 생각을 확고히 하는 것이 스스로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배웠다.
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이 우수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나약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이런 현상은 회의실, 법정, 가정의 식탁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타인에게 납득시킬 수만 있다면,
그 생각이 옳고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은 상태에서 논쟁에게 이길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견 차이를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대화보다는, 의견을 내세우기를 더 좋아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신중히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만 생각한다.
문제의 핵심과는 상관없는 ‘말하기’에 치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것들이 비즈니스맨과는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런 것들은 제품과 돈을 단순히 교환하는 것 이상의 상호 활동,
특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맨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고객과 진정한 협력 관계를 맺고 고객의 요구와 희망을 본질적으로 파악하는 데 관심이 있는 비즈니스맨이라면,
신뢰받는 카운셀러나 교육자가 되는 데 관심이 있다면 젤딘과 아이삭스의 견해를 받아들여 비즈니스에 적용해 보라.
성공에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단순한 판매 이상의 결과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크다.
그 이유에 대해 젤딘 교수는 “판매의 기본은 신뢰이다. 그리고 단순히 판매만 목적으로 한다면 신뢰감의 형성은 어렵다.
서로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는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나는 판매란 두 상업적 주체 사이의 만남이라기보다는 두 사람 간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맨은 수많은 고객을 방문하고, 휴대전화로 음성 메일을 확인하고, 이메일을 체크하느라
위와 같은 기초적인 사실을 잊고 살기 쉽다. 그러나 한발 물러서서 생각할 시간이 있다면,
직업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 그 이상을 얻을 수 있다고 젤딘 교수는 말한다.
이것은 물론 할당량이나 업무보고서를 잠시 잊어버리고 충실하게 관계 구축에 집중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비즈니스맨은 장사의 도구가 아니고 인간 관계의 전문가도 아니다.
비즈니스맨의 역할은 고객을 기분 좋게 만들고 보다 잘 이해하며 만족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맨은 고객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이끄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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