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 저런 잡생각들

[스크랩] 호저의 딜레마

 

몹시 추운 겨울 밤, 깊은 산 속에 사는

한 쌍의 호저(豪猪·바늘두더지)가 얼어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그들은 매우 거세고 뾰족한 털을 가지고 있어서

몸을 녹이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상대의 몸을 서로 찌르게 됩니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지면 추위를 견뎌낼 수가 없지요.

한 쌍의 호저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려고 밀착했다가

털에 찔려 떨어집니다.

또 다시 추위 때문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피부를 찌르는 고통 때문에 또 서로 분리됩니다.

둘은 서로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결국 얼어죽고 만다는 이야기입니다.


쇼펜하우어의 우화인 ‘호저 이야기’입니다.

여기에서 ‘호저의 딜레마’라는 용어가 생겨났지요.

인간관계에서도 똑같은 이치가 적용됩니다.

직장생활에서 동료와의 관계도 마찬가지겠지요.

결속과 분리, 연대와 독립이 적절히 이뤄져야 하는 것입니다.
결속이 중요한 만큼 분리 역시 중요하지요.

나와 남을 분리하는 신체적인 경계선이 우리 피부이듯

정신적인 경계선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24시간을 함께 살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는 동행해야 하지만 어느 시점에선 헤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해야 하지만

이웃이 내 몸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

세상을 살다보면 적당한 경계에 있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태생적으로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고 또, 껴안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품과 사랑하는 이의 품이 그런 것이겠지요.

 

사람에겐 호저와 같은 바늘은 없지만 가슴속에 보이지 않는 바늘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악의나 위협 갈취 등의 드러나는 배타적인 감정들

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받고 싶고, 조금 더 인정 받고 싶고,

조금더 대우 받고 싶은 소아적인 것들이 사람 관계에서는 가시로 작용

하기도 합니다.

 

한해를 돌아보면서 나에게는 호저 같은 사람이 없었는가 생각해봅니다.  

    

메모 :

'이런 저런 잡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걀 프라이와 병아리  (0) 2008.03.10
과유불급(過猶不及)  (0) 2007.12.15
사랑  (0) 2007.11.22
깨달음의 빛  (0) 2007.11.21
정치 병신들..  (0) 2007.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