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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통 단어장

시뮬라르크

 

가령 화가가 제작한 판화에는 번호가 붙는다.

복제조차도 원판에 가까운 순서로 서열이 매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필름에서 인화한 수많은 사진들 중 어느 게 원작인가?

전국에서 동시에 개봉되는 영화 중 어느 게 원작인가?

거기에 원작은 없다. 혹은 모든게 원작이다.

 

이렇게 원본 없는 복제(또는 복제의 복제)를 시뮬라르크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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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 마땅한 것이 없어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동일한 결과물을 가지고 원본과 복제본을 구분할까?

그것은 바로 예술의 희귀성 측면 때문일 것이다.

복제가 가능하다고 원본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원본은 유일무이하다.

나의 성격이나 개성이 여러 사람의 개성과 성격에 영향을 받거나 본닸다고 하더라도

나는 나로 존재한다. 유사성이 있다하더라도 나는 나의 고유성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아니면 정신적인 것이든 그런 고유성 때문에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희귀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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