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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아닌 일기

대나무의 미덕

 

중당(中唐)의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쓴 「양죽기(養竹記)」에는 대나무의 미덕을 4가지로 들고 있다.

 

첫째 뿌리가 단단하여(固) 뽑히지 않고,

둘째 성질이 곧아서(直) 기울지 않고 똑바로 서있으며,

셋째 속이 비어서(空) 욕심을 버리고 남을 받아들일 수 있고,

넷째 마디(節)가 정절(貞節)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이 고(固), 직(直), 공(空), 절(節)은 모두 군자가 본받아야 할 정신적인 덕목이다.

이 중 대나무가 지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공’과 ‘절’이다.

온갖 욕망으로 가득 찬 마음을 비움으로써만 그 자리에 진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대나무는 가르쳐 준다.

또 마디와 마디 사이는 막혀 있어서 서로 넘을 수 없다.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게 된다.

 

이것이 군자가 배워야 할 덕목이다.

예절(禮節), 절개(節槪), 절조(節操), 정절(貞節) 등의 어휘에

대나무 마디를 뜻하는 ‘節’자가 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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