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풍경]
2008년 가을 새벽에
무심코 지나는 시청 앞 가로수
애타는 시선으로 기둥을 향해 선 여인
쳐다보는 눈길도 무섭고
단속하는 공무원의 호통도 무서운가
미명도 일어나지 않는 새벽
차들의 행렬이 거친 포도를 마주하며
한 알 은행을 털기 위해
다리 벌린 가지 사이 용두질하듯
버거운 작대기를 찌르고 찌르고
새벽 발길부터 힘이 겨운
초로의 청소부
시골집 똥개 짖듯 쉰소리를 내뱉고 지날 때
여인은 힘든 한숨을 담은
보기 안스런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다.
밤과 새벽 사이의 거리는
안식과 방황 사이 공백을 채우며
무심히 펼쳐져 가고
쌀쌀해진 일기日氣에 놀란 낙엽은
제 몸을 찢어 항변하지만
취객의 비틀거리는 발도 피하지 못하고
낯선 배뇨에 몸을 적시고 만다.
새벽을 담은 한 줌 바람
불켜진 시청 한 모서리에 튕겨 부서지고
한 모금 담배로 멋 부리는 양복 입은 신사
택시에 몸을 숨겨 어디론가 향한다.
어둠을 마칠 이 시간에도
어둠은 우리를 어디론가 돌아가게 한다
어디론가 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