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에 창을 낸다면]
아직 겨울이 남아있을 때
제법 길게 내 뒤를 붙잡고 누운
그림자에 창을 내어본다.
우선 숏다리의 설움이 무색하게 긴
다리 양쪽의 무릎팍 쯤에 두개,
쓰러질것 같아 불안하다.
평소에 양손으로 보듬던
사타구니에 하나,
없던 자궁이 생겨난다.
밥 때를 알리는 배꼽위에는
큼지막하게 둥글게 하나,
배알없는 놈이 되고 만다.
으쓰댈 때나 힘을 쓰던 가슴팍에는
네모나게 두개 내고 창을 여니,
내 몸에 옹졸이 빠져나간 느낌이다.
그리고 힘겹게 남아있는 머리에다
거울 모양으로 하나,
그순간
내가 없어지고
모양을 오려낸 색종이의 잔해같은
껍데기만 남는다.
그래!
뚜껑을 열어야
내가 보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