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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잡생각들

초등학교 동창회

 

 

거의 8시간을 운전대를 잡고 있다가 차에서 내렸다.

식당 앞 주차장은 몹시 붐볐다. 자리를 파하고 나오는 손님들의 홍조 띤 얼굴을

무심히 보면 식당 문으로 향했다.

수원 사는 영주가 온다고, 나를 비롯해 몇몇을 거론하면서 꼭 오라고 했다면서

보고 싶은 이름 끝에 자기 이름이 있었다는 것이 못내 서운했다고 억지 볼멘 소리 하던

홍렬이의 전화 목소리가 잠시 귓가를 스치면서 '초딩 동기회를 향하는 발길에 살짝

흥분제를 뿌린다. 문을 열고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낯익은 중늙은이들의 얼굴이 눈에 띤다.

짐짓 밝고 높은 목소리를 내며 서로 이름을 부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아직 서먹한 눈길을 나누는 친구도 있고, 어제 본 듯 가벼운 욕으로 친근함을 대신하며

손을 잡는 친구도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서로 부담을 주고 받지는 않는다.

그저 미소와 함께 자리하는 것이 즐거운 표정들이다.

 

다른 좌석에서 영어로 '원샷', 한국말로 '완샷'을 외치던 영주가 살갑게 다가 와서

손을 잡으며 포옹을 한다. ' 참 오랜만이다,이 녀석'하는 생각이 든다.

남산탕 출입구는 달랐지만 같은 동네에서 자란 '꼬치 친구'. 지난 번 본 것이 20년 쯤 되었나 보다.

전날 통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본 얼굴인데도

볼살에 좀 빠진 것을 빼고는 어제 본 그 얼굴이다. 흡사 동네 누나가 동생 대하듯 

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쓰다듬는 녀석의 손길이 '징그럽다'고 말하면서도 낯설지가 않다.

돌이켜 보면 초등학교 시절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이렇듯 가까이서 손을 맞잡고

서로를 바라본 적도 없는데도 어색하지가 않다. ,고등시절은 서로가 얼굴을 마주 치게

되어도 가벼운 인사도 안하고 서로 얼굴을 돌리며 내외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아마도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2의 탄생기여서 너무 벅찼었나?

 

고기 몇 점하면서 이리 저리 자리를 기웃거리며 작은 거인 '명희'의 밝은 웃음도 확인하고,

골초 새침데기 인숙이 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부담 없는 미소의 원주와도 눈인사를 나누고...

이번에 처음 미영이 일애와도 인사를 나눈다. 처음 온 친구들에게는 단골 멘트

! 얼굴 보니 알겠다~” 사실은 그리 썩 알아차린 것이 아님에도 우리가 한 뻬가리에서 놀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말로 이만한 인사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내가 여학생들만 찾았나? ㅋㅋㅋㅋ

 

면수는 지난 번 보다 얼굴이 좀 하얘진 것 같고, 계수는 여전히 깔끔한 모습이다.

 

연득이 익두가 영욱이가 이번에 처음으로 얼굴을 보였고, 나머지는 지난 자리에서 얼굴을 본 탓인지

세월이 흘러 보게 된 서먹함 조차도 없이 이내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 따지고 보면

그 때는 요즘처럼 학교나 학원 교회 친구라기 보다 동네 친구가 먼저 된 친구들이다.

어릴 적 살던 집들을 다 기억하고 있고, 우리가 뭘 하면 놀았었는지도 서로 잘 기억하는 사이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하던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고 보니 그것이 내 어릴 적 전공이었다. ㅎㅎㅎ

 

밥이나 먹고 헤어질 모임이 아니다.

우리들의 회장님, 울산의 떠오르는 기름종이 희석이의 놀라운 능력 덕분에 롯데 호텔 지하에

있는 노래방의 아무나 잘 안 빌려주는 방에 재 집결. 이런 저런 공식적인(?) 행사를 잠시 하고

노래판이 벌어진다. 그런데 역시 중앙국민핵교 학생들은 공식적인 행사에는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떠드는 학생마냥 관심을 안보이더니만 노래판에서는 아주~ 자발적이다.

흐른 세월 속에 놀만큼 놀았다는 것을 보여 줄려고 작정을 했는지 다들 가수고,댄서다.

여학생들과 가슴과 배를 맞대고 춤을 추면서도 하초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보면

이건 분명 가족 모임이다. ㅎㅎㅎ 요즘 부부들이 서로 잠자리를 하지 않는 이유가 가족이라서

근친상간의 죄책감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는가? ㅎㅎ

공식적인 처녀 영주의 인기가 단연 최고다. 짜슥들이 줄을 선다 줄을 서! ㅋㅋㅋㅋ

 

여기서 팩션 하나!

올드 미스 영주가 시집을 갔다.

남편되는 녀석이 전날 총각 파티를 하면서 도우미 아가씨에게 시운전을 하는 과정에서

흥분한 도우미가 녀석의 거시기를 콰악~ 깨물었단다. 그래서 권성운 내과에 가서(맞나?)

사정을 호소했더니만 우리의 명의 권성운 원장이 거시기에다 부목을 대줬단다.

드디어 첫날 밤,

영주왈 저는 아직 한 번 도 남자와 자본 적이 없는 숫처녀라예~”

그러자 그 남편이 아랫도리를 내리며 한는 말!

보이소! ~는교? 나는 아직 박스도 안 뜯었구마!” 카드래나~ ㅋㅋㅋ

 

여하튼 노래방에 우리는 모두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있었다.

사내는 소년이 되고 개구장이 머시마가 되고,

아줌마들은 각시가 되고 새침데기 가시나가 되고,

호호! 깔깔! 다들 세상 시름을 출장 보내고, 흔들 의자에 마주 앉아 추억의 노가리를 뜯고 있었으니

 

3차 맥주 집.

어딜 가나 끝까지 남는 사람들이 있다.

거의 새벽 2시임에도 10명 남짓의 친구들이 남아서 못다 나눈 이야기를 한다.

3차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리따운 두 친구의 입술을 마실 수 없었으리라!

(아는 분은 아시고 모르는 놈은 모르는 야그라네~ ㅋㅋㅋ)

 

최종 멤버 영주 경섭이 익두 그리고 나, 4명은 무거동 찜질방에서 목욕 재개하고 다시(?) 만났다.

한 시간 정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주는 30분도 안되어 골아 떨어지고

경섭이로 부터 잠시 잊었던 어릴 적 이야기며 여러 친구들의 그간의 많은 사연들에 대해 듣다 보니

가슴 찡한 사연들도 참 많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아프고 힘든 세월을 살고 있었다.

 

아침 모임이 있어 부산으로 와야 하는 탓에 6시쯤에 찜질방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새로 뚫린 고속도로 덕에 울산에서 부산의 모임 장소까지 40분만에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모임이 있는 회의실의 문을 여니 또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들어 온다.

밝은 인사로 아침을 맞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새로 만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만남들은 인연이거나 뭐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만남이란 것은 우리가 매일 습관적으로 행하는 문을 여는 것이 아닐까?

문을 열면 그곳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그러나 살다 보니 늘 그 자리에 있던 문을 잊어버린 경우가 있다.

그것이 바로 어제 밤에 있었던 나의 초딩 동창회가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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