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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잡생각들

밥과 술 , 일기와 시

 

송 재 소(성균관대 명예교수)

<중국 청나라의 문인 오교(吳喬)는 산문과 시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즉 산문과 시가 나타내고자 하는 뜻(意)을 쌀에 비유한다면, “산문은 쌀로

밥을 짓는 것에 비유할 수 있고 시는 쌀로 술을 빚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밥은 쌀의 형태가 변하지 않지만 술은 쌀의 형태와 성질이 완전히 변한다.”고

했다.

 

참으로 절묘한 비유이다.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고 술을 마시면 취한다.

밥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영양소이지만 술은 마시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어찌 밥만으로 살 수 있으랴. 때로는 얼큰한 취향(醉鄕)

의 경지가 밥보다 더 절실한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래서 우리가 시를 쓰고 시를

읽는 것이 아닐까? 시는 우리를 취하게 하기 때문이다.>

 

 

 

정말 공감이 가는 글이다.

대체로 일반인들도 산문을 쓸 때는 어떤 사건을 기록하거나 어떤 생각을

풀어낼 때가 많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일기는 바로 밥에 비유할

수 있다. 하루를 살면서도 그날의 의미를 정리하지 않고 사는 것을 밥을

거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기를 쓰지 않는다면 우리의 정신은 어쩌면 밥을 먹지 못해 굶어

죽는 것과 마찬가지로 피골이 상접하고 배만 불뚝 나온 저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과 다름없을 것, 다만 우리는 우리의 거울에 비춰진 우리의 육신이

멀쩡하기 때문에 우리의 정신이 황폐해진 모습을 보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밥을 먹어야 술이 고프다. 혹자는 술만 있으면 밥이 없어도 산다지만

그들은 알콜 중독자거나 비정상적으로 비춰지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들도

그들나름의 이유가 있을 법 하지만 내 생각은 술은 밥이 있은 후에 있는 것이다.

정신의 밥을 열심히 먹다보면 술이 보이고 , 또 술을 빚고 취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비록 누구나 마시고 싶고 마시고 감탄할 술이 아닐지라도 자신의 술을

빚을 수 있다는 것,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정신은 적어도 몰골은 아니리라 믿는다.

 

오늘도 밥을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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