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필기를 잘하기로 유명했다. 이른바 ‘필기의 왕’ 이었다. 꼼꼼하게 필기하면서 그날그날 배운 것을 자신의 것으로 정리했고, 언제든지 들춰 보면서 다시 공부할 수 있게 했다. 필기를 하다 보면 팔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심지어는 어깨까지 결린다. 그러다 보면 필기 내용을 건너뛰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시험문제는 그렇게 건너뛴 곳에서 잘 나오곤 한다.
하지만 반기문은 수업 내용을 정확하게 정리해 놓은 노트를 가지고 있어 그의 성적은 항상 상위권이었다. 그는 체육을 제외하고는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아 서울대 우등생으로 뽑혀 KBS ‘수석 졸업생들과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성실하게 잘 받아쓰고 정리하는 반기문을 보고 외교학과 교수들은 “자네는 외교관의 중요한 자질을 이미 갖췄네. 받아쓰고 정리하는 능력이 참 탁월해” 라고 인정해 주었다.
좋은 외교관이 되기 위해서는 받아쓰기를 잘해야 한다. 말 한마디, 단어 표현 하나에 큰 땅덩어리가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사소한 단어 하나에 국익이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교관은 모든 것을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 그렇다고 국회처럼 속기사가 따라 붙는 것도 아니고, 법원처럼 서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외교관의 자리다. 그래서 외교부에서는 아무리 직급이 올라가도 받아쓰기가 끝나지 않는다. 정상회담이 열리면 대통령 곁에서 기록하는 사람이 보이는데, 이들이 바로 각 나라 외교부 장관이다.
외교관이 된 후 반기문이 들어간 회의라면 그 기록은 따로 손볼 것 없이 그대로 보고서로 올라갔다. 민감한 사안의 경우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녹음기처럼 그대로 옮겨 적는 뛰어난 능력 때문이었다. 그는 회담에 나갈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늘 수첩과 펜을 가지고 다녔다. 정보를 접하면 바로 메모하고 수시로 정리하는 것이 몸에 밴 것이다. 사람의 두뇌를 대통령에 비유한다면 그의 필기력은 탁월한 보좌관 역할을 했다.
훌륭한 외교관이 되려면 받아쓰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만큼 우리가 사소하다고 무시해 온 것들의 내면엔 엄청난 성공의 에너지가 존재한다. 작아 보이는 모든 것에 충실할 수 있다면 성공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 신웅진의『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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