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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잡생각들

전직 대통력의 죽음을 생각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제 개인적으로는 역대 대통령 중 TV나 사진이 아닌 직접 만남이 있는 유일한 대통령입니다.

그와의 첫 만남은 그가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을 시절, 90년대 초반으로 기억되는

현대 중공업의 노조 집회 현장에서 연단에 오르기 전 잠시 앉았던 좌석이 바로 제가 있던 자리

옆이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아주 작은 귀동냥이 전부였던 터라 그의 연설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들었었는데 실망스럽게도 상당 부분의 내용이 당시 내 생각으로는 선동적인 단어와

논리였던 지라 적잖이 실망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상호 수인사를 나눌 처지는 아닌지라

직접 만남은 아니었지만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를 지켜 볼 수 있었지요.

 

그 후 시간이 흘러 2000년대 초반에 노 전대통령이 자란 마을에서 어릴 적 같이 자랐던

한 친구와 사업 상의 만남을 가지면서 신문에 보도되지 않았던 그의 유년기 성장기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3 겨울쯤으로 기억되는데 부산 롯데 호텔에서

오모 전 부시장과 부산 경제인 1명 그리고 알만한 국회의원 한 분과 4명이 자리를 하고

있었는데 오모 전 부시장님과는 그 사돈 되시는 양반의 부탁으로 선거 때문에 뵌 적이 있는지라

인사를 드렸고 그 때 그 옆에 노 전대통령이 앉아 있어서 소개로 수인사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미 5공 청문회의 스타로서 정치 역정을 걷고 있던 그에게 나로서 할 수 있는 인사는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가 전부였습니다.

그 후 얼마지 않아 그는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선거 당일에는 그와 수인사를

나눈 인연으로 노사모의 일원은 아니었지만 노사모 열풍에도 상당히 고무 받아 지인들 100여명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부탁하기도 했었습니다.

 

어쨌던 그는 대통령이 되었고 권력의 정점에 섰지만, 그의 언행들이나 영부인이 되신 권여사의

동네 아줌마로서의 행적들에 대한 소문이 부산에서는 파다했던 지라 범접할 수 없는 권위의

상징으로 보다는 술자리 안줏감으로 쉽게 올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봉하 마을에 내려왔을 때도 지인 중 한 사람이 그 마을을 방문해 그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었습니다. 일행과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여하튼 그 정도로 그는 어쩌면 국민들과

함께 격의 없는 만남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 이런 개인적인 인연을 쓰는가 궁금하시겠지만 제 자랑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가 역대

대통령과는 다르게 보스로서 권좌의 정점에 오른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군부정권의 등장은 대부분 그 이전의 행적이 군대에 있는 사람 말고는 소상히 알려진 것이 없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들도 행적은 많이 알려졌지만 이미 그들은 보스로서 상당 기간 활동해온

사람들로서 국민들에게는 뭔가 베일 저편에 존재하는 인물이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는 자수성가형 대통령으로서 자리매김한 사람입니다. 또한 그로 인해

소위 386세대라는 많은 젊은 피들이 권력과 정치에 입문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그 공과는 있을지언정 우리 정치사에서 그런 시도는 보스에게 줄을 서는 기성 정치 세력에 대한

대안 세력이 마련되었다는 점과 어느 정도의 물갈이가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의 정치나 통치는 있는 자, 가진 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보수라는 이름을

내건 세력들이 집단이익을 대변하게끔 만드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로 우리 나라의 대통령들은 독재자 혹은 정치 모리배의 인식이

강하지 애국자라는 인식이 약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바로 이런 애국자로의 이미지를

개발하고 통치를 했더라면, 그리고 정말 애국적인 차원에서 다음 대통령을 준비하는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대안이 없어서 어부지리를 얻어 대통령이 되는 우리 시대의 불행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의 죽음을 대한 지금, 적어도 그 양반이 맑은 정신으로 죽음을 결심하고 실행했다면

자신의 자살의 결과가 초래될 파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개인적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우울증에 의한 자살 충동은 그런 입장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죽음으로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기기 때문에

자살을 감행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대동한 경호원이 어떤 입장에

취할지, 혹은 그 경호원이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을 괴로워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그는 혼자 산행을 가지 않았을까요? 몰론 경호체계가 그렇지 않겠지만…))

그렇다면 그가 원하는 결과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결과대로 흘러갈까요?

이미 드러난 문제는 덮어지지도 않을 것이고 그럴 수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바뀐 것은 언론과 민심의 방향이 바뀐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앞선 대통령들의 드러난 비리 금액이나 드러나지 않은 비리 금액 소문의 액수가 너무

크기 때문에 5~60억으로 표현하지 않고 100만불, 640만불 등으로 큰 숫자를 만들어 공표했던

것은 비리 부풀리기를 위한 술책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들은 

몇 십억은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부자들의 재산규모이기 때문에 그리 민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대통령의 아들 딸들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혹은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모범을 보여주는 것도 좋겠지만

국민들은 대통령까지 지낸 양반이 아들딸 집 한 채 사주는 것이 힘들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전직대통령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우리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그런 것을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작도 있는지라

돈 많고 돈 쓰기를 좋아하는 기업인에게 대가성만 없다면 좀 받아서 쓰는 것이 무슨 대수겠느냐

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그런 일반적인 동정론이 아니라 그가 국민 앞에서 대통령으로

서게 된 그리고 다른 정권과 차별 짓고자 한 가장 큰 모토인 도덕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리

단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 노무현은 그리 도덕적인 인물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시작이 세무변호사였던 점을 생각하면 도덕이 가지는 원리 원칙을 따져

서는 세무변호사로서 입지가 강화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도덕적 울분을 해소하는 창구역할을 했었고 집권 초기 그의 가장 최 측근들의 정치자금 수수를

읍참마속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최근의 검찰 조사 내용은 그에게 할말이 없는

사람임을 고백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이 상황이 그에게 견딜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이었을까요?

국회의원으로서 전직 대통령을 몰아 세우며 흥분하던 그 모습이 너무도 생생했기에, 이제는

그 스스로 전직 대통령의 입장이 되어서 검찰과 상대당이 몰아 세우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일까요? 만약 그가 전직 대통령이지만 정치 현역이 될 수 있었다면 견디지 않았을까요?

부질없는 질문이고 가정이겠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죽기로 작정했다면 죽으라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예인들이 자살하는 것도 사회적 파장이 큰데, 하물며 대통령이 그러면…’하는 생각도

듭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망자에 대해 관용의 시선과 논리만 펼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상이 그를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그가 세상을 위해 존재했던 것인 만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그의 죽음이 정당하게 평가 내려져야 하고 설사 그 평가가

남은 가족들이나 그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맘에 들지 않는 내용이 된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올곧은 기강을 위해 그리고 멈추지 않을 역사를 위해 우리가 그의 죽음을

사회적인 이슈로 드러내고 논의를 펼쳐야 할 것입니다.

(그와 가까이서 함께한 사람들은 그에 대한 이해가 큰 만큼 이런 어줍잖은 글을 바로잡아 주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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