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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CEO연구)

[CEO연구] 이런 영업 사원과 함께 일하는가?

 

한 제약회사 청주지점의 13년차 영업사원인 김모씨(37).

매일 의사들을 만나 약을 파는 게 그의 일이다.

그는 출근할 때 '오늘의 컨셉트'를 정한다.

지난주에는 개그콘서트의 유행어 "니들이 고생이 많다"를 따라하며

의사들의 배꼽을 뺐다. 이번 주에는 최근 인기를 끄는 와인을 하나 소개할 계획이다.
그는 작년까지 3년 연속 전국 제약 영업 1등을 차지했다.

작년엔 부상으로 8000만원의 보너스와 고급 승용차 한 대를 받았다.

영업맨 초년병 시절 의사를 만나면 땀을 뻘뻘 흘리며 말을 더듬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 그 자체다. 그는 자신이 "피갈이를 했다"고 표현한다.

영업맨 체질로 성격을 확 뜯어고쳤다는 얘기다.

그의 영업 비결은 '맥가이버식 서비스'다.

자동차 상식이 풍부한 점을 활용해 각종 정비기술을 독학으로 익혔다.

순전히 영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한 병원장의 펑크난 승용차를 끌고 가 직접 수리해 주기도 했다.

의사들이 데모를 할 때는 봉고차를 몰며 운전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는 "한때는 진통제를 먹고 학회가 열리는 호텔 부근 술집에서 맥주병 뚜껑을

눈에 끼고 춤을 추는 기쁨조 역할을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메리츠화재에 다니는 펀드영업 담당 이모씨(32)는 '불쇼'의 달인이다.

고객과 술자리라도 갖는 날이면 팔 다리에 두루마리 휴지를 풀어서 감고

테이블 위에 올라 불을 붙인 뒤 막춤을 춘다. 휴지가 순식간에 타 버리기 때문에

데이진 않는단다. 그는 "몸이 아파도 술자리는 빼지 않고 다니다 보면

어느새 실적이 올라 있다"며 "영업을 하면서 술자리 엔터테인먼트는

못하는 게 없게 됐다"고 말했다. 입사 3년차인 그는 벌써 억대 연봉을 받는다.


◆신속한 일처리와 진실된 마음도 비결

맥가이버나 기쁨조 역할만이 영업왕의 비결은 아니다.

영업왕에겐 나름대로의 비기(秘技)가 있다.

고객에 대한 진실하고도 따뜻한 마음과 신속하고 정확한 일처리도 그중 하나다.

신재범 우리투자증권 강남대로지점 차장.

그는 연간 영업실적 기준으로 작년까지 3년 연속 전국 톱10 안에 든 영업의 달인이다.

그의 비결은 역지사지와 스피드정신이다.

신 차장은 "고객이 요구하는 건 무조건 해드리겠다고 한 뒤 어떻게 할지를 고민한다"며

"안 되는 것도 간혹 있지만,열심히 했는데 안 된다고 설명하면 대부분 수긍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되든 안 되든 고객들에게 빨리 피드백을 해 주는 스피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순일 신한은행 석남동지점 과장은

작년 하반기 개인영업부문 최우수 직원으로 선정됐다. 그의 비결은 다른 게 아니다.

사람에 대한 진실하고도 따뜻한 마음이다.

"노점상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가 매일 몇 천원,몇 만원씩 입금하며 흙 묻은 돈을

저축하셨는데,어머니 생각이 나서 잘 해드리려고 애썼더니 어느 날 거액의 토지

보상금을 들고 오셨다"는 게 그의 경험이다. 따뜻한 마음이 할머니를 움직였다는

얘기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그런 경우다. 그들의 해외 송금을 적극적으로 처리해

줬더니 주변 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 과장만을 찾아 외환 실적도 늘었다고 한다.

이상은/이관우/이정호/정인설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