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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CEO연구)

[CEO 사례연구] (주) 바텍 노창준 회장

 

3월 말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치과 의료기기 전시회인 인터내셔널 덴탈 쇼

(IDS). 2년마다 열리는 이 전시회에 70개국 수백 개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차린

바텍은 현장에서 200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 노창준(51) 회장은 “2년 전 IDS에 처음 참가했을 때만 해도 한국이 치과

의료기기도 만드느냐는 반응이 많았다”며 “2년 만에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물론

유수한 외국 기업으로부터 기술 제휴나 부품 공급을 요청받는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기계 제조회사 임원과 몇몇 기업을 경영했던 그가 바텍을 맡게 된 것은

2001년. 1992년 바텍시스템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산업용 X선 장비 등을 개발했지만

당시 경영은 엉망이었다. 노 회장은 X선 기술을 살릴 방안을 찾다가 치과용 장비에

착안했다. 예전부터 쓰던 아날로그 방식의 X선 장비가 디지털로 변하던 시기였다.

목표는 제대로 정했지만 기술이 있을 리 없었다.

핀란드 헬싱키 경영·경제대학원 출신인 그는 인맥을 바탕으로 핀란드의 하드웨어

기술자,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을 어렵사리 초빙해 관련 기술을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연구진이 개발에 나선 끝에 2002년 국내 최초로 파노라마

진단기를 개발했다. 2005년에는 CT·파노라마·세팔로를 통합한 기기를 세계 최초

개발했고, 2007년에는 진단기기의 핵심 부품인 디지털 X선 센서도 만들었다.

노 회장은 “때마침 임플란트 시장이 세계적으로 커지는 등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개발 초기 밤잠을 잊었던 연구진과 무명 회사 제품을 정성으로

판매했던 영업직원의 치열한 노력이 없었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대한 의료기 시장에서는 ‘틈새’에 불과했지만 치과용 진단기기 시장에서 핵심 경쟁력

을 갖춘 바텍은 순조롭게 성장했다. 매출액은 2006년 540억원에서 지난해 8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업종의 자회사 이우테크놀로지의 실적을 합치면 지난해 매출액이 1400억

원을 넘는다. 2001년 바텍 인수 당시 54명이었던 직원 수는 현재 바텍 351명과 계열사·

해외 법인을 합쳐 700여 명이다.

노 회장은 회사 경영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자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기 위해

애썼다. 그가 생각한 가장 중요한 보상은 ‘안정적인 일자리’ 그 자체였다.

바텍의 351명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업무·생산직은 물론 관리나 경비직원들까지

모두 그렇다. 지난해에는 비정규직이었던 직원 4명의 신분을 정규직으로 바꿨다.

단기 업무에 일용 계약직을 쓸 때가 있지만 극히 제한적이다. 지난해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 수입검사팀 조모씨는 “소속감과 자신감이 생기면서 일이 더 즐겁고 열정도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또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과거 신용 불량 상태에서 취업이 어려웠던 사람도

그동안 30명 가까이 채용했다. 그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주는 대신 직무와 성과에

걸맞은 연봉과 인센티브로 효율성을 높이면 된다”며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것은 기업의 임무며, 이를 제대로 지키는 기업은 사회의 자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