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낮 대구 달서구 대천동 성서4차 산업단지 내 한 공장. 10m 높이의 천장에서
거대한 로봇팔이 내려오더니 25㎏짜리 육중한 쇳덩이를 움켜쥐고는 번쩍 들어 올렸다.
시커먼 쇳덩이는 로봇팔에 잡힌 채 여기저기로 옮겨다니며 깎이고 다듬어졌다.
로봇팔이 동작을 멈췄을 때, 바닥에 내려진 것은 반짝반짝 윤이 나는 1.6리터짜리 은빛
자동차 엔진 몸체였다. 대구시가 지난해 '지역경제를 이끌고 나갈 스타기업'으로 지정한
맥스로텍의 생산현장이다.
맥스로텍은 자동차 엔진 몸체 핵심부품인 '실린더 블록'을 만들어 수출하는 중소 전문
기업이다. '엔진 핵심부품을 만드는 회사'란 자동차 업계에서 생소하다. 자동차 엔진
부분은 대부분 현대차·벤츠 같은 완성차 업체가 직접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스로텍은 지난해 러시아 타가즈(Tagaz)자동차와 실린더블록 105만대(시가
1500억원어치)를 만들어 팔기로 수출계약을 맺었다. 타가즈자동차가 원가절감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 출시된 'C100'의 핵심부품과 설계를 모두 한국에 맡겼기 때문
이다. 김인환 사장은 "올 하반기부터는 우리 엔진을 얹은 자동차가 러시아 대륙을 누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맥스로텍은 동남아와 중남미 등에도 자동차 엔진 몸체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 송상우 부사장은 "이들은 국산차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지만 핵심부품을
만들 기술이 없다"며 "자동차 엔진만을 따로 원하는 기업과 정부가 많기 때문에 엔진
시장은 '블루오션'산업"이라고 말했다.
맥스로텍은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성장해왔다.
이 회사 김인환 사장은 '기업은 고인 물이 되는 순간부터 망하기 시작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1995년 '아진기계'로 시작한 맥스로텍은 원래 자동차 엔진 몸체를 깎는
기계인 '절삭가공기'를 만들었다. 김 사장은 절삭가공기 시장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2003년 돌연 산업용 로봇팔(갠트리 로봇) 제작·설비로 업종을 바꿨다. 일본에서 가져온
로봇팔 설계도면을 베끼며 기술을 익혀 새 사업에 진출했다. 김 사장은 "절삭가공기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얼마 후 절삭가공기 시장에서는 과당경쟁으로 문 닫는 업체가 속출했다.
맥스로텍은 유럽과 미국에서 주문이 밀려드는 바람에 탄탄한 입지를 마련했다.
2006년 60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116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수출액은 50만달러에서 231만달러로 4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또다시 자동차
'엔진 몸체 생산'이라는 생소한 분야로 뛰어들었다. 주력 생산제품인 산업용 로봇팔
분야에서도 매년 매출액의 10% 안팎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국산화 비율을 90% 수준
까지 높였다. 김 사장은 "앞으로 하이브리드 엔진 양산이 시작되면 로봇팔 수요가 다시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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