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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CEO연구)

[CEO연구] 차별화의 기준

 

유전자 염색체인 DNA 게놈(genome)의 구조를 보면, 인간과 고릴라의 차이가

2.3%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는 불과 1.5%이고, 여자와

남자의 차이는 놀랍게도 0.1%가 채 안 된다.

여자와 남자는 손가락 모양에서부터 심장의 형태, 소화기관, 직립 보행을 하는 점까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DNA의 차이가 여자와 남자를 매우 달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나는 제품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웬만한 TV나 휴대전화의

품질수준은 꽤 잘 관리되고 있으며 성능도 비슷하다. 그런데 거의 동일한 DNA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0.1%의 차이 때문에 남녀가 확연히 구별되듯이, 제품의 작은 차이나 특징을 살려 두드러진 차이로 인식시키는 것이 마케팅 차별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의 뉴비틀(New Beetle)은 엔진 크기나 성능이 비슷한 국산차에 비해 2배가량

비싸다. 차별화 포인트를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는 가치로 바꾸는 능력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케팅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차별성을 인정받느냐'의

문제라고 하겠다.


마케팅 관점에서 차별성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3D를 갖추어야 한다.

즉 차별점이 바람직(desirable)하고,

지속 가능(durable)하며,

독특(distinctive)해야 한다.



먼저, 차별점은 바람직한 것이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차별화를 위해 고민하지만, 차별을 위한 차별화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

다. 차별점이 소비자들에게 진정 탐나는 특징이 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수박 농사를 하는 일본 홋카이도의 한 농원에서 피라미드 모양과 직육면체 모양의

수박을 재배해 1만5000엔의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신기하다는 이유로 잠시 눈길을

끌지 몰라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차별화는 아니다.


대부분의 휴대전화는 음성을 저장할 때 '*' 키를 누른다. 그런데 어떤 통신사는 반대로

'*'를 음성 삭제의 기호로 하고, 대신 '#'을 음성 저장의 기호로 사용하도록 만들어 사람

들에게 혼동을 준 적이 있다.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으니, 1위 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해서

그랬단다. 이렇게 차별점이 바람직한 속성이 되지 못하고 차별을 위한 차별화로 치우치

면 소비자의 외면을 자초할 뿐이다.



미국의 GM 자동차 그룹은 캐딜락부터 시보레에 이르기까지 다섯 개의 브랜드로

서로 다른 타깃을 겨냥해 왔다. 하지만 브랜드별 개성 창출을 위한 깊은 고민 없이

의미 없는 차별화를 계속해 온 결과,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차별점이 소비자에게

바람직하게 인식되지 못하면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둘째로, 차별점은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포르쉐(Porsche) 자동차의 디자인 정책은 '바꾸어라, 그러면서 바꾸지 마라(Change it,

but do not change it)'이다. 즉 세태에 맞는 변신은 계속하되, 근본이 되는 프로토타입

(prototype·原型)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포르쉐는 늘 새로우면서

도 '포르쉐다움'이라는 차별성을 잃지 않고 있다.


앱솔루트(Absolut) 보드카의 '결코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늘 변화합니다(Never different,

but always changing)'라는 슬로건도 같은 맥락이다. 차별화 포인트로서 독특한 병 모양

을 지속적으로 활용하지만, 병 모양의 세부 표현은 탄성을 자아내리만치 다양해 눈길을 끈다.


아이팟(i-pod) 역시 셔플(shuffle), 미니(mini), 나노(nano), 3세대(3G), 터치(touch) 등의

모델로 진화를 계속하면서도 동일한 디자인 플랫폼(platform)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각각

다른 것 같지만 동일한 디자인 정체성을 보임으로써 '아이팟'다운 차별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차별성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남들이 갖지 못한 독특함에 있다.

기본적으로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최초(the first)'이거나 '유일(the only)'하거나 '최고(the best)'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우선 '최초'라는 포인트는 그 자체의 마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곰탕집들이 서로 '원조(元祖)'임을 내세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김치냉장고가 기술면으로는 위니아만도의 '딤채'와 큰 차이가

없겠지만, 딤채가 시장을 처음 개시한 덕분에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도 선전(善戰)하고 있다. 

 

'유일'하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독특한 모양이나 특성을 내세울 수 있다.

허먼 밀러(Herman Miller)의 에어론 체어(Aeron Chair)는 공기가 통하는 그물망 소재인

메쉬(mesh)로 만든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사무용 의자의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어떤 분야의 전문적인 회사라고 알려지는 것은 유일함을 강조하는 한 방편이

된다.'최고'임을 강조하여 차별화를 꾀할 수도 있다. 1위 브랜드라고 하면 이미 검증이

되었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면에서 선도기업(market leader)의 자리

를 차지하려고 각축전을 벌인다. 베스트셀러는 그 자체로서 차별화가 되는 것이다.

또한 명품 브랜드들이 그러하듯이 오랫동안 최고로 인정받아온 전통(heritage) 있는

회사임을 알리는 것도 차별화의 포인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