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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CEO연구)

[CEO연구] 비시장 전략

 

 

시장 전략은 훌륭했지만 잘못된 비시장 전략으로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진행된 볼보-스카니아 합병 건이다. 볼보는 트럭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에 최적의 상대를 고르다가, 같은 지역의 경쟁상대인 스카니아를 합병 상대로 골랐다. 그러나 시장 밖에 있는 규제당국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합병에 실패했다.

시장적으로만 보면 두 회사는 훌륭한 합병 상대였다. 두 업체 모두 덩치가 큰데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합병 시 중복 부문을 정리하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당시 볼보(15.2%·3위)와 스카니아(15.6%·2위)의 점유율을 합치면 다임러 크라이슬러(20.5%)를 제치고 유럽 1위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바흐 교수에 따르면 볼보는 이 합병을 지나치게 시장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비시장적 요소를 과소평가했다. EC(유럽위원회)는 볼보가 스카니아에 매력을 느낀 바로 그 이유들 때문에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했다. EC는 볼보와 스카니아가 지리상 너무 가까운데다, 규모가 크고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강해 이 지역에서 심각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EC는 결국 합병을 승인하지 않았다.

스카니아는 M&A 실패로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되고 경영에 타격을 받아 같은 해 1분기 이익이 17% 감소했다. 볼보가 이 같은 시행착오 대신, 처음부터 시장·비시장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 적당한 M&A 상대를 골랐더라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비시장전략(nonmarket strategy)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만, 시장 바깥에 있는 환경에 대응하는 전략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자국 정부에 외국 시장 개방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한다면 이 회사는 비시장 전략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밖의 환경(nonmarket environment)은 대개 이슈(issue), 정보(information), 이해관계(interest), 제도(institution)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가리켜 4i라고도 한다.

비시장 전략이 시장 창출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업종마다 다르다. 예를 들면 미국 생명공학업체 칼진(Calgene)은 성공적인 비시장 전략으로 유전자조작(GM) 식품을 만들고 여론과 정부를 설득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다. 통신산업이나 국가 기간산업도 비시장 전략이 중요한 업종으로 꼽힌다.

데이비드 바흐(Bach) 교수는

1998년 예일대(정치과학 전공)를 수석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차세대 석학. 2004년부터 IE비즈니스 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 미국 컨설팅펌인 선톱미디어(Suntop media) 선정 미래의 세계 경영 사상가 50인(Thinkers 50)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