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 황시종 지음 (도서출반 새빛)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이야기의 힘(POWER)’에 대한 새로운 각성과 ‘이야기
문화’에 대한 새로운 조명에 있다고 보여진다. 기존의 <스토리텔링>에 관한 책들이
주는 비즈니스 중심적인 편향이나, 광고나 홍보에 관한 기법적인 냄새가 약한 것은 장점
이나 깊이가 없고 책을 만들기 위해 다소 급조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단점이라고
봐야겠다.
저자도 밝혔지만 문화와 이야기에 대해 그간 연재한 글들을 모아서, 그 주제인 이야기를
강조한 프롤로그 부분이 첨가된 것이다. 그래서 인지 프롤로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글의
내용이 장(章)을 나눈 의미와는 동떨어진 느낌을 주며 같은 주제나 내용 혹은 단어가
반복됨으로써 책으로서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눈에 많이 띤다. 그리고 쓸데없이
두 사람의 추천인의 글을 게재함으로써 저자의 역량에 괜한 분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서 저자가 하고 싶어하는 문화 자산으로서의 이야기와 이야기의 비즈니스적인
파워는 대부분 프롤로그 부분에 언급되어 있다.
저자는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엑스칼리버를 들이대듯 책의
제목을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로 함으로써 혹시 있을지 모를 질문을 우문이라
못박았고 그래도 성이 안찼는지 프롤로그의 첫 재목이 “이야기가 세상을 구원한다”라고
적고 있다. 대단한 신념이다. 이야기꾼으로서 이런 신념을 가진다면 적어도 그가 접하는
세상을 바꾸기에는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그는 이야기의 힘과 중요성을 사례를 중심으로 언급했다.
노예 해방의 발단을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을 지은 스토우 부인으로 소개했고 또
이야기를 통한 조작이 이미 많은 영화에서 있어왔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보시대의 도래와 함께 과학 기술의 발달은 단순한 정보가 아닌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로의 전환을 요구했고 그에 따라 많은 이야기들이 세상에서 만들어지거나
각색되어 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민족의 서사적 역량이 하나의 <이야기 자원>
이므로 이애 대한 보호와 발굴에 힘을 써야 한다는 내용도 적었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상품이 되고, 문화가 되고 삶이 되고, 미래가 된다”는
주제와 구성은 훌륭했으나 그 내용이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덕분에 이야기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재미를 갖게
되었다.
“이야기와 이야기꾼 vs 스토리와 스토리텔러”는 같은 이야기지만 다른 뉘앙스를 주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이야기가 되어야 한고, 그리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야기가 되게 하는 조건들이나 이야기를 하는 방법들에 대한
공부를 더 해볼 요량이다.
저자가 이야기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두 가지 질문이 고맙다.
“ 과연 그럴까?”와 “이건 어때?” 여기에다 “ 왜 그럴까?”와 “어떻게 그럴까?”를 더한다면
이야기를 공부하거나 만들어 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은 별로였지만 주제가 좋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