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지못미. 오늘 저녁 피자 원츄.”
세리토스에 거주하는 김정원(42)씨는 한국에 다녀온 딸 제인(13)이 건네준 카드를 받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편지 속 ‘지못미’, ‘원츄’라는 낱말의 뜻을 통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딸에게 물어보자 “헐~엄마는 그것도 몰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머쓱해진 김씨는 몰래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서야 ‘지못미’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를, ‘원츄’는 ’좋아요. 원해요‘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씨는 “한국말을 많이 배워왔다는 딸이 알 수 없는 한국어를 사용해 당황스러웠다”며 “오히려 거리감마저 느끼게 되더라”고 전했다.
한국 젊은 세대들의 인터넷 언어 사용이 늘면서 미주에도 이들 언어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방학 등을 이용해 한국을 찾는 1.5, 2세들이 늘고 있는데다 한국 TV 프로그램 등에도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언어의 대표적인 예는 말을 줄여 쓰는 축약현상. ‘안습’은 ‘안구에 습기가 찬다’는 뜻으로 눈물이 날 정도로 안쓰러운 상황에 쓰인다. ‘듣보잡’, ‘흠좀무’는 각각 ‘듣도 보지도 못한 잡 것’,‘흠 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을 뜻한다.
모음 혹은 자음이 아예 생략된 단어들도 있다. ‘OTL’은 사람이 머리를 떨군채 땅에 손을 짚고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으로 좌절, 절망의 상황에 쓰인다. ‘ㅎㄷㄷ’이란 표현도 긴장되거나 두려울 때 쓰는 ‘후덜덜’의 앞 자음만 따온 것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파생된 ‘GG’와 ‘쿨럭’ ‘므흣’ ‘꺼이꺼이’ ‘샤방샤방’ 등 의성어, 의태어를 토대로 한 단어들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터넷 용어는 젊은층의 빠르고 편리한 의사 전달 수단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이를 광고, 쇼 오락 프로그램 등에서 적극 활용하면서 전파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왠만한 인터넷 언어들은 이곳에서도 일상용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특히 한국어에 익숙치 않은 한인 청소년들의 한국어 교육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가 많다.
서울대 미주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상억 교수는 “항상 변모하는 언어의 본질상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대부분의 신생 언어들은 자정작용을 통해 소멸되는 경향이 있지만, 지나치게 변질된 용어들은 학교와 부모의 지도를 통해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인터넷 용어
▷축약어
완소(완전 소중한), 열폭(열등감 폭발),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 떡실신(떡이 되어 실신할 만큼 충격적임)
▷의성어 의태어
헐/흠머(황당함), 쿨럭(민망함.기가 막힘), 므흣(흐뭇함.수상쩍은음), 꺼이꺼이(슬퍼서 목 놓아 움), 샤방샤방(화려하고 발랄함)
▷온라인 게임 파생어
GG(Good Game을 의미 "망했다" "졌다"), 걍고(그냥 Go 그냥하자), 버로우(망신당하다. 혼나다)
▷ 반응
뭥미(이게 뭐임), 고고씽(좋아. 하자.가자)
▷강조
캐-("개-"의 센 발음. "많이"), 지대(제대로의 줄임말), 오나전("완전"의 오타)
LA중앙일보=이송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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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게 세태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좋은 우리말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고, 알지도 못할 말들이 생겨나는 것이
걱정되기도 하겠지만,반드시 그리 볼 문제는 아니다.
아이들은 이런 말에 이미 익숙하고 길들여져있고, 심지어 어른들도 인터넷에서
글을 쓰거나 대화를 할 때는 이런 단어를 써야 좀 세련된 취급을 받는 듯이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 끼리는 이런 단어가 오히려 그들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좋다.
하지만 적어도 '졸라' 같은 말, 즉 그 기원이 욕에 있는 것들은 좀 순화되어야한다.
한 나라의 언어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내재되어 있으며, 예전 부터 말품새는 인격을
대변했다.인터넷 강국이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 정도로, 가능하면 이해하고 싶지만
어른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아이들 입에서 욕이 나오는데 정작 그 아이는
그것이 욕인줄도 모르고 요즘 아이들이 쓰는 의미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누구한테서 말을 배웠겠는가? 어른들 잘못이다.
그러면 세태를 반영하여 말을 만드는 것도 어른들이 조심해서 관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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