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김혜경 기자]
해운대와 광안리에서 피서객들의 해결사 노릇을 하며 평생을 보낸 일명 '용팔이' 아저씨가 있다. 인명구조요원과 청소부, 때로는 폭력배에 맞서는 의리의 사나이로 해변을 지켜온 해운대의 명물 '용팔이 아저씨'를 만나봤다.
◈ 인명구조, 청소, 절도범 소탕..."용팔이 나가신다!"
"용팔아, 저기 망루 근처에 바가지 값으로 통닭 판다""용팔아, 미포 선착장 근처에 피서객들 너무 멀리 나간다""용팔아, 5번 망루 뒤에 있는 쓰레기통 꽉 찼다""용팔아, 용팔아,용팔아"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해운대에는 용팔이가 있다.
일명 '용팔이'로 불리는 박용철(55)씨는 해운대 해변 청소, 인명구조, 상인단속, 절도범 검거 등 그야말로 해변에서 발생하는 모든일을 처리하는 자타공인 해운대 '해결사'다.
10대 때 주먹질을 하며 지내던 박씨는 우연히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피서객 3명을 구하면서 바다와 인연을 맺게 됐다.
나무 통통배를 타고 허우적 거리던 청소년을 구한 뒤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내가 다쳐서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거든. 근데, 사람 비명을 들으니 엉덩이가 들썩들썩한거야. 그래서 그냥 뛰어들었지. '딱' 느낌이 오더라고. 내가 해야할 일이 뭔지..."
구조활동을 하면서 생긴 별명이 바로 '용팔이'.
1970년대 액션배우 박노식의 별칭인 '용팔이'는 의리를 잘지키고, 어려운일에 먼저 나서는 박씨의 모습을 보고 이웃들이 붙여줬다.
◈ '감사' 모르는 사회?...구조하면서 섭섭하기도
1970년 대 익사체가 피서객들 발에 걸리도록 사고가 많이 나던 시절부터 최근까지 그가 구조한 피서객은 약 5백여 명.
그때는 고생했지만 지나고 나면 배꼽 빠지는 추억이된 사건도 참 많다.
"1980년대 쯤인가? 아가씨를 구조했는데, 호흡이 없는거야. 바로 인공호흡을 했지. 근데 예쁜 아가씨가 뭔 음식물을 그리 많이 먹었는지, 통닭껍질, 참외씨, 수박씨, 심지어 수박껍질까지 다 토해내는거야. 어쩔 수 있나? 인공호흡하다가 내가 홀랑 다 먹어버려서 식중독 걸려버렸지. 한 일주일 병원에 누워 있었을 거야. 허허허"
황당한 일도 겪었다.
박씨는 물에 빠져 호흡과 맥박이 거의 없는 25살 청년을 구조해 30분간 인공호흡과 심장 마사지를 한 끝에 겨우 청년의 호흡을 되돌려 놨다.
급한 마음에 청년을 안고 119 구급차량으로 뛰어가다 차량 뒷문 모서리에 머리가 찍혀 8cm도 찢어지는 상처도 입었다.
청년이 걱정돼 자신의 상처는 치료도 하지 못한채 전전긍긍하고 있기를 2시간.
멀쩡하게 정신을 차린 청년은 뚜벅뚜벅 병원을 걸어나온 뒤 박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는커녕 자신의 잃어버린 고가의 신발을 찾아놓으라고 역정을 냈다.
"옛말 틀린게 없어.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한다" 딱, 그 상황이었지. 아...수십년 세월, 참 쓸데없는 짓을 했구나 싶어서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어. 그래도 어쩌겠어. 다른 사람들은 나를 필요로 하니깐..."
◈ 1990년대 바가지 파라솔 값 가격 정리
1990년대 파라솔 대여료가 5만 원까지 치솟는 등 바가지 상혼이 기승을 부릴 때 조폭들과 맞선 것도 용팔이였다.
"그때는 어깨 힘들어가고 주먹 센 사람이 파라솔 운영했거든. 피서객들이 '봉'인거야, 부르는게 값이었지. 무서운게 어딨어? 나는 피서객들이 돈 때문에 바다를 못즐길 수도 있다는 그 생각밖에 안들었어."
그렇게 조폭들과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주먹이 오가면서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하고, 팔이 골절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파라솔 운영권은 관할 구청에서 관리하도록 토대가 만들어졌고, 지금은 저렴한 가격에 피서객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새벽 3시에 일어나 해운대 해변을 청소하고, 비키니족을 괴롭히는치한들을 잡는 일을 벌이고 있다.
◈ 해운대 '수중 보물창고'... 잠수하면 20-30만 원 기본
요즘은 자신만이 아는 바닷속 보물창고에서 돈을 건져 자원봉사자들에게 음료수를 사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피서객들이 군것질을 하기 위해 지폐를 옷속에 넣고 물놀이를 즐기다 보면 돈이 흘러나와 일부가 조류를 타고 이동하게 되는데, 이 돈은 박씨만이 아는 유일한 장소에 모두 모이게 된다.
"북동풍이 살짝 불면, 돈이 0번 망루 앞 수심 3m 지점 암초에 모두 모이거든. 평소 20-30만 원, 수입이 좋은날에 40만 원까지 건질 수 있지. 그돈은 내 돈 아니라, 피서객들이 인심 쓰고 파도가 날라준거잖아. 그래서 나같이 바다가 좋아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랑 같이 음료수도 먹고, 통닭도 먹고 그렇게 보내. 오늘은 얼마나 모였을라나..."
오늘도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린 용팔이 아저씨는새벽부터 해변을 돌며, 오늘은 무슨일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
hkkim@cbs.co.kr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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