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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흐름 - 구조주의

구조주의 [構造主義, Structuralism]

 

어떤 사물의 의미는 개별로서가 아니라 전체 체계 안에서 다른 사물들과의 관계에 따라 규정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여, 개인의 행위나 인식 등을 궁극적으로 규정하는 총체적인 구조와 체계에 대한 탐구를 지향한 현대 철학 사상의 한 경향이다.

 

구조주의(Structuralism)는 매우 폭넓은 지적 분야를 포괄하는 이론으로 언어학, 인류학, 정신분석학, 사회학, 미학과 정치이론 등의 발달에 매우 커다란 영향력을 미쳤다. 곧 구조주의는 단순히 철학의 한 유파라기보다는 하나의 세계관이자 그로부터 비롯된 학문적 방법론으로서의 특징을 지닌다.
구조주의는 사물의 참된 의미가 사물 자체의 속성과 기능에서가 아니라, 사물들 간의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세계 안에서 사물은 언제나 다른 사물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 그 관계망 안에서 사물이 지니는 위치에 따라 사물의 의미는 규정되며 변화한다. 따라서 사물의 의미는 개별적으로 인식될 수 있거나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부분으로 삼고 있는 전체 체계와 구조 안에서 사물의 의미는 비로소 인식될 수 있으며, 체계의 변화에 따라 사물의 의미도 변화한다. 따라서 구조주의는 전체 체계 안에서 사물들의 관계를 기술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려 시도한다. 그리고 개개인의 행위나 인식 등을 포괄하고 그것들의 최종적인 성격을 규정하는 구조와 체계의 원리를 밝히려 한다. 이러한 구조주의의 특징을 제임슨(Fredric Jameson) '정신 그 자체의 항구적인 구조를, 정신이 세계를 경험하거나 혹은 그 자체로는 본질적으로 무의미한 것에서 의미를 조직할 수 있기에 소용되는 조직화의
카테고리 및 형식을 분명히 탐구하는 것 (Fredric Jameson, The Prison-House of Language : A Critical Account of Structuralism and Russian Formalism)' 이라고 표현한다
.

이러한 구조주의의 인식과 방법론은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의 언어학에서 그 계기를 마련하였다. 소쉬르는 언어 현상에서 랑그(langue)와 빠롤(parole)을 구분한다. 촘스키(Noam Chomsky)의 개념 구분에 따르면 빠롤은 개개의 언어수행(performance), 랑그는 그에 앞서서 존재하며 그것을 생성시키는 언어능력(competence)에 해당한다. 예컨대 일상의 언어 생활은 음성언어와 문자 등을 이용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그것이 가능한 것은 언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언어 체계의 규칙들과 약속들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곧 랑그는 빠롤을 통해서만 구체적으로 나타나지만 빠롤의 전제가 되며, 그것을 뛰어넘어 존재한다. 그리고 소쉬르에 따르면 언어는 '관념을 표현하는 기호의 체계'이다. 그런데 기호의 두 가지 측면, 곧 그것이 표시되는 형식(기표, signifier)과 그것이 나타내는 대상이나 의미(기의, signified) 사이에는 어떤 필연적 연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나무라는 낱말의 의미는 그것이 가리키는 대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체 언어 체계 안에서 다른 낱말들과의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곧 기호는 사물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언어 체계 안에서 다른 기호들과 관계를 맺으며, 그것의 의미는 전체 체계에서 독립해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그는 언어를 역사적인 변화와 관련된 통시적인(diachronic)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공시적(synchronic)인 관점에서, 곧 각 요소들의 상호 관계라는 측면에서 하나의 자기충족적인 체계와 구조로서 이해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처럼 소쉬르는 언어학에서 구조주의적 인식의 기초를 만들었으며, 그의 언어학적 모델은 다양한 사회 문화 현상들에 폭넓게 적용되었다
. 레비스트로스(Cloude Levi-Strauss, 1908~)는 인류학에 구조주의의 인식과 방법을 적용하였고, 구조주의를 현대 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적 도구가 되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는 구조주의의 방법을 원용하여 신화와 상징, 친족관계를 조직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인류 사회 더 넓게는 인간 정신의 보편적이고 불변하는 구조를 밝혀내려 하였다. 그리고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는 사회에서 의미의 형성을 궁극적으로 구조화하는 집단적 무의식의 기호 체계에 주목하여, 현대 대중사회의 이데올로기적 의미 작용 과정을 구조주의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라캉(Jacques Lacan, 1901~1981)은 소쉬르의 언어학 모델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적용해 구조주의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그는 '무의식은 언어와 같이 구조화되어 있다'며 무의식의 고유한 논리적 구조를 언어학적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알튀세르(Louis Althusser, 1918~1990)마르크스주의를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실존주의적이고 인간주의적인 해석을 비판하려 하였다. 푸코(Michel Paul Foucault, 1926~1984)는 한 시대의 지식의 기호체계인 인식성(episteme)이 연속적인 발전이 아니라 비연속적인 비약과 단절의 구조를 지닌다는 것을 논증하며, 문화적 변동을 심층적으로 규정하는 언어와 사상의 무의식적 법칙을 밝히려 했다. 그는 이 인식성이 인간 주체에 앞서 존재하며, 인간 주체의 모든 사상과 행위의 특수한 형태를 조건 짓는다고 규정한다
.

이렇듯 구조주의는 언어학에서 출발하여 1960년대에 이르러 문학, 인류학, 철학, 정신분석학 등 모든 인문 사회학 분야에 폭넓게 확산되며 큰 영향을 끼쳤다. 구조주의의 중심적인 개념의 대부분은 언어학과의 연관 속에서 발전해 왔으며, 구조주의자들은 언어와 기호에 대한 탐구로부터 인간의 사회 문화적 행위를 규정하는 구조적 체계와 법칙을 밝히려 했다. 언어는 인간 정신의 구조적 측면을 가장 잘 나타내줄 뿐 아니라, 문화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구조주의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사상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대 사회의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지배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
이러한 구조주의는 인간 주체에 앞선구조를 강조함으로써
실존주의 등의 인간중심적인 사유와 대립하며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른바후기-구조주의’(post-structuralism)로 분류되기도 하는 라캉, 푸코 등의 사상은 탈근대주의(post-modernism) 논의의 형성과 발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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