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Buy Korea 한국은 Bye Korea"
이교석 삼성투신 영업팀장 "한국의 진가, 한국만 몰라"
"80년대 잘나가던 일본 모습, 오늘날 한국서 재연" 공감대
수수료 싼 ETF 투자 해볼 만
지난달 여의도 증권가에선 '재팬머니 상륙작전'이 화제였다. 일본 1위 자산운용사인 노무라자산운용이 일본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인 것이다. 출시 이후 한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이 펀드에는 무려 2500억원이 넘는 일본인 자금이 들어왔다. 이교석 삼성투신 전략영업팀장은 "한국 사람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를 버리고 있지만, 일본인들은 거꾸로 우리나라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가장 과소평가한다"고 아쉬워했다.
- ▲ 이교석 삼성투신 전략영업팀장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더블딥(경기가 회복하다가 다시 꺾이는 현상)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수료가 저렴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방법을 제시했다./삼성투신 제공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7조원이 넘는 주식형 펀드를 환매한 반면, 외국인들은 26조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22일 기준). 이 팀장은 삼성투신이 운용하는 노무라 한국펀드의 일본 현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986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후, 한국산업증권·UBS·골드만삭스 등에서 일하다 지난 2006년 삼성투신에 합류했다.
◆"한국인이 한국시장 가장 낮게 평가"
일본인들은 아무리 이자가 낮아도 확정금리형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투자형 상품인 주식형 펀드에는 별로 가입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본 노무라측은 한국펀드가 1000억원 정도만 유치해도 다행일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예상을 뒤엎고, 한국펀드에는 1개월여 만에 무려 2500억원 넘는 자금이 몰려든 것이다. "일본 사람들을 만나 지금 글로벌 기업이 된 도요타나 소니의 15년 전 모습을 떠올려 보라고 설득했지요. 일본 사람들도 1980년대 중후반 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 기업들의 스토리가 지금은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더군요." 실제로 올 상반기(1~6월) 우리나라의 상품수지(상품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것) 흑자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의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한국의 5배를 웃돌았었다. 이 팀장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나 IT 등 산업별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면서 "단순한 환율 효과 덕분에 우리나라가 이런 쾌거를 거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더블딥 가능성 낮다"
현재 금융가에선 더블딥(경기가 회복하다가 다시 꺾이는 현상)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 팀장은 "더블딥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최근 호주가 금리를 올리는 등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는 듯한 기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 세계가 금리를 인상하거나 재정을 긴축하는 등 출구전략을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과 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 때는 성급한 출구 정책이 전 세계 경제를 더 큰 침체에 빠뜨렸습니다. 과거 경험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출구전략 시행에는 신중해질 테고, 약간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용인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더블딥 가능성이 낮은데도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조정을 보이는 까닭에 대해선, 외국인들이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 실현에 나섰고, 국내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그는 "기관들이 환매 수요에 응하느라 주식 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환매 물량이 어느 정도 소화되고 나면 다시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식시장은 탐욕과 공포의 사이클을 갖는데, 주식이나 펀드를 사기 위해 흥분한 투자자들이 거의 없다는 점도 지금 시점이 '상투'가 아니란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투자비용 저렴한 ETF 주목"
대다수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는 일반 주식형 펀드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팀장은 "일반 주식형 펀드에만 투자하지 말고 상장지수펀드(ETF)를 섞어서 투자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며 "똑같은 수익을 내더라도 ETF는 비용이 저렴해 최종 수익은 더 높다"고 조언했다. "ETF는 코스피 같은 지수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대박'을 가져다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매일 사고팔 수 있고 수수료도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싸다는 게 매력이죠." 특히 중국이나 브라질의 우량주들은 국내에도 ETF로 상장돼 있는데 거래 비용이 싸기 때문에, 연 3% 이상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와 비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더 강해진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ETF가 여러모로 좋은 재테크 방법이라고 추천하지만, 막상 국내에선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지근한 편이다. 수수료가 적어서 판매사들이 적극적으로 팔려고 하지 않는 데다, 목표 수익률을 과도하게 높게 잡는 국내 투자자들의 '한탕주의 성향' 때문이다.
◆"투자 앞서 내 집 마련부터"
이 팀장은 향후 국내 투자자들이 유념해서 봐야 할 변수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급증한 가계 부채와 부진한 내수 소비가 바로 그것이다. "가계 부채는 이제 커질 만큼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긴 힘들다고 봅니다. 추가적으로 돈을 꿔서 집을 살 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인지 회의적이란 얘기죠. 차라리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 부동산에 투자해 두는 게 나중에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겁니다." 향후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해도 내 집 마련은 반드시 해놓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내 집부터 먼저 마련해 놓고 투자를 시작해야 마음이 편해 투자 성공 확률도 높아져요." 홍콩 등 외국 체류 경험이 많은 그는 "홍콩이나 뉴욕에서 비싼 집은 거래소와 가깝고 오션뷰인 경우가 많았다"면서 "서울도 한강이 보이면서 여의도거래소와 가까운 지역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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