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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읽기

통계로 본 한국의 변화

 

[통계 뒤집어 보기] 커지고 부유해지고 더워진 한국

 

한국 경제와 사회는 지난 50년대부터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남북한을 폐허로 만든 6·25전쟁 이후 한국의 발전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60년대까지만 해도 필리핀이나 아프리카, 가나보다 1인당 소득이 낮았던 최빈국 대한민국은, 현재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에 근접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했다. 한국의 놀라운 발전상을 한눈에 파악하는 것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통계다.

통계청은 최근 '한국통계연감(1952~1962년)'을 발표해 6·25전쟁부터 경제개발 이전까지 한국의 경제사회상을 구체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자료를 제공했다. 여기에는 인구, 보건, 교육 등 14개 부문 1000여개 통계표가 수록돼 있다. 이를 통해 나타난 한국의 변화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든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이 6·25 당시의 피해 상황이다. 6·25전쟁 중 인명피해는 99만명, 재산피해는 4106억환으로 조사됐다. 60년대 초반 서울 인구인 244만명의 40% 정도가 전쟁으로 사망한 셈이다. 두 번째로 그 와중에 국토 면적은 확대됐다. 국토 면적은 54년 9만6929㎢에서 지난해 10만140㎢로 3211㎢가 늘어났다. 이는 현재 서울 면적인 605㎢의 약 5.3배나 되는 면적이다.

세 번째 인구구조 측면에서는 올해 현재 55년에 비해 2배 이상 인구가 증가했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인구는 55년 2150만명에서 올해 4875만명으로 약 2.3배 증가했다. 그러나 연령계층별 인구구조를 보면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전체 인구에서 0~14세의 유년인구 비율은 그동안 41.2%에서 16.8%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이에 비해 15~64세의 생산가능연령인구는 55.5%에서 72.6%로 증가했고, 65세 이상의 노년인구는 3.3%에서 10.7%로 3배 이상 늘어났다. 그 결과 65세 이상 노년인구를 0~14세 유년인구로 나눈 노령화지수는 8에서 63.5로 급격히 높아졌다.

네 번째는 국내 경제가 발전하면서 산업구조의 근대화가 심화됐음을 파악할 수 있다. 국내 산업구조는 53년에는 농림어업 45.5%, 서비스업 41.3%, 광업제조업 10.3% 순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서비스업 60.3%, 광업제조업 28.3%, 건설업 7% 순으로 산업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농림어업 비중은 45.5%에서 2.5%로 급감했다.

다섯 번째 무역 규모가 급팽창하면서 대상 지역의 다변화가 이뤄졌다. 국내 수출은 54년 당시 66억7500만환, 수입은 277억9500만환이었다. 이를 62년 화폐단위 개편 시 교환 비율인 10:1로 단순 환산하면 6억6800만원과 27억8000만원 정도가 된다. 이 수치를 또 지금의 원/달러 환율인 달러당 115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수출은 60만달러, 수입은 243만달러 정도다. 지난해 수출액인 4220억달러와 비교하면 그동안 국내 수출이 무려 7만330배 늘어난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국내 수출 지역도 지속적으로 다양해졌다. 국내 수출은 54년 당시 미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수출액 기준 상위 10개국 비중이 전체의 99.9%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이들 국가의 수출 비중은 전체의 33.1%에 그친다.

한편 국내 인구가 늘고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온난화 현상도 갈수록 심화됐다. 전국적으로 연평균 기온이 52년에는 11~14.8℃였으나 지난해에는 12.8~16℃로 52년에 비해 1~2.1℃ 상승한 것이다. 이처럼 통계는 우리가 살아온 과거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준다. 아쉬운 점은 시대별로 화폐 단위 등 통계 기준이 다르고 물가 수준 등을 반영한 실질 통계를 계산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통계의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거 통계를 모으는 것과 함께 손쉽게 비교 가능한 기준 등을 제시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34호(09.12.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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