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독후감

아버지의 편지 <김정현>

 

아버지의편지

  (<아버지> 작가 김정현이 '세상 모든 아들딸에게 전하는 편지')

    <역사와 사람> 펴냄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된 이후로 아이의 생일이 돌아오면 책을 선물했다.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 내 딸에게 가장 값어치 있는 선물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선택한 것이었다. 물론 아이의 실제적인(?) 만족을 고려해 책갈피에 만 원짜리 한 두 장을

딸이 반드시 읽었으면 하는 페이지에 꽂아두었다. 그리고 그 딸은 그 페이지를 읽기 전까지는

그 돈을 꺼내 쓰지 않는다. 무언의 약속에 대한 교감이랄까?

아마도 이 책 선물은 내가 딸과 이 세상에서 함께하는 시간 동안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서점에 들러 직접 내용을 보고 골랐다.

김정현이란 작가는 이미 내게 아버지란 소설로 글 안면이 있는 터였고, 그라면 아버지가

해 주고픈 말을 잘 표현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내 생각과 닮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

아니 작가가 나보다 연배가 있으니 내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은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해 주고픈 말이 너무 많은데 흡사 엄마의 잔소리 같은 말이

될까 두렵거나, 아버지로서 해줄 수 있는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는 아버지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감히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은 특히 목차 부분에서 신경을 써서 읽어보면 아버지라면 그 내용을 읽지 않고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크게 4가지 주제를 잡았다.

아이들의 인생이 아름답기를, 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살기를, 아이들이 후회 없는 사랑을 하며

살기를 그리고 아이들이 이 세상을 끌어안으며 따듯한 가슴으로 살기를 원했다.

이 네 가지의 주제아래 하고픈 말을 7개씩 골라 넣었다. 아마도 이런 시스템을 갖춘 것은 자신의

아이들이 이런 아버지의 편지를 그냥 흘려버리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이 아름답기 위해 자유를 추구하고, 열정을 가지고 살며, 생각하고 살며 사람과 더불어 살 것을

풀어내고 있다. 꿈과 희망을 갖고 살기 위해서는 긍정하고 포용하고 배우고 스승을 찾을 것을 당부한다.

또 정말 사랑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러주는 아버지의 충고도 담겨있다. 세상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성공하라는 아버지의 말이 아니라 정말 가슴에 남는 단 하나의 사랑도 남자에게는 성공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세상을 살다 보면 모든 것이 다 이해되고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아이들을 위해 세상의 주인으로서 포용하는 마음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세상의 주인은 결코 드러난 삶에 있는 것 만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그 삶을 충실히 수행하는

보통사람임을 이야기한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큰지라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시도를 여러 번 한 적이 있지만

기대했던 것 만큼의 변화와 호응을 얻지 못했다. 보낸 편지들을 읽어보면 아버지로 입장에서

내가 그들을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되지만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한 줌씩의 글을 계속 쌓아 두고 있다.

 

김정현이라는 작가와는 다른 '우리 아버지의 편지'를 줄 날을 기대해 본다.

 

- 저자 소개

 

김정현

1957년 경북 영주 출생이며, 전직 경찰관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 시경 강력계 형사로 13년간 일하다 1991년 『함정』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김정현은 전망의 부재와 과잉 속에서 부유하는 현대인들에게 희망과 재생의 코드로서

'가족'이라는 해법을 사실적인 묘사와 섬세한 필치로 제시하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소설 『아버지』는 1996년 가정과 사회로부터 설 자리를 잃어버린

이 시대 아버지들의 초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크게 주목 받았다. 이 작품은 경제위기와

가족의 해체 등 당시의 어려운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국내에 '아버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으며,

한국문학사에서 최단 기간 최고 판매를 기록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꼼꼼한 자료 조사와 취재를 통해 사실감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그는 소설 『전야』의 구상 과정에서

10여 차례 중국과 시베리아 및 동남아 밀림지역을 직접 취재하는 한편, 경찰관 재직 시부터 수집한

통일 안보 분야의 방대한 자료와 관련기관 인사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탁월한 묘사와 현장감을 보였다.

취재차 방문했던 중국에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빠져든 그는 지속적으로 관련 자료들을 섭렵하며

5천년 중국 역사를 다룬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아버지』, 『어머니』, 『길 없는 사람들』(3),

『아들아 아들아』, 『여자』, 『함정』, 『고향 사진관』, 『아버지의 눈물』 등의 소설과, 『아버지의 편지』, 『중국 읽기』

등의 에세이가 있다.

 

P.S) 김정현의 소설에 주제는 전체적으로 보면 가족이다. <아버지> <아버지의 눈물> 그리고 <어머니>

       <여자> <아들아 아들아>  그리고 <고향 사진관>은 친구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김정현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보듬고 고민한다.

      멀리있는 군상들이나 정말 '소설 속의 인물'이라고 특정지을 수 있는 그런 인물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나'의 탐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가 묘사하는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어느듯 '나'를 반추하고 있는 경험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의 정체성 속에 깃든 또 다른 '나'들에 대한 탐구 말이다.

 

'서평·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흑설 공주 이야기  (0) 2010.08.09
<내 뒷마당의 제국: 서평>  (0) 2010.07.31
<학과 해오라기>   (0) 2010.06.06
허드(Herd)  (0) 2010.02.07
88만원 세대  (0) 201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