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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독후감

허드(Herd)

 

[ 허드(HERD)]

 

지금까지 알고 있던 마케팅은 버려라!
마케팅의 모든 것이 새롭게 조명되는 곳, '허드'의 세계로 안내한다!

마케팅은 죽었다. 기존의 마케팅은 죽었다. 예전처럼 대중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개인을 사로잡지도 못한 채, 기업들은 지금도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개성을 추구한다면서, 결국 유행을 좇는 기묘한 군중심리. 거대한 집단행동에 기꺼이 동참해 목소리를 높이다가 어느 순간 군중을 '마녀사냥 집단'으로 몰아붙이는 이중성, 광고와 PR, 포커스그룹, 다이렉트 마케팅 등의 낡은 전략으로는 종잡을 수도, 지배할 수도 없는 것이 현대의 소비자들이다.

이제 비즈니스에 관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가정과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의 마케팅 이론과 방법론이 모두 부정되는 포트스 마케팅 시대에 경영자와 마케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허드』는 경영학을 비롯해 심리학, 인류학, 진화생물학, 범죄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비즈니스 전략을 한데 아울러 복잡다단한 인간본성을 이해하고, 나아가 이들을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재조명한다
.

아주 화려하고 강력한 광고 문구이다. 이 문구만 보면 이 책에서 뭔가 대단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목차를 꼼꼼히 살펴본다. “Herd” 라는 개념의 밑바탕을 탄탄히 하기 위해 심리학적, 문화인류학적 근거들을 설명한 듯한 소제목들이 구미를 당긴다.

하지만 막상 읽다 보면 이 책은 뭔가 질서 정연한 느낌을 받지 못하고 목차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끝까지 읽어도 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상당히 비싼 책 값 때문에 본전 생각에서 그가 제시한 새로운 마케팅의 원칙을 정리하면서 뭔가 얻으려 해본다.

 

대중을 움직이는 7가지 핵심 원칙

핵심원칙 1 : 모든 대중행동은 개인들의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핵심원칙 2 : 설득이 아닌 영향력으로 움직인다
핵심원칙 3 : 모두를 지배할 하나의 숫자를 찾아라
핵심원칙 4 : 대중을 쫓아다니지 말고 신념으로 끌어들여라
핵심원칙 5 : 사그라지는 불씨를 되살려라
핵심원칙 6 : 공동창조, 대중의 본능을 자극하라
핵심원칙 7 : 관리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어라

 

일단 책을 몇 줄로 요약하면 인간의 군집 본능을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성적 개별 의사결정자로서의 인간에 대한 가정을 버리고 군집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어떻게 영향력을 주고 받는지에 초점을 두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좀 과장되게 단축하면 입소문을 잘내는 사람을 VIP로 여기고 관리하지 말고 활용하라고 주장한다.

 

일단 한 번 봐서는 이 이상의 내용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가 제시한 핵심 원칙들도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마케팅이 어떤 법전에 의거해서 교과서적으로 적용된 것이 아니라 적어도 <상황 대응>이라는 대원칙 하에서 나름의 창의성을 가지고 전개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대중의 상호작용이나 영향력이나 대중 본능이나 참여마케팅 등은 그다지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고 이 책을 다시 읽어 본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그저 이 책을 마케팅에 관한 독서용 책으로 여기기 않고, 내가 무엇인가를 시장에 내 놓고 그것을 통해 성공을 꿈꾸고 있다는 입장에 서면 이 책이 제시하는 시장의 HERD적 속성과 그 방법론은 의외의 새로움을 가져다 준다. 구매 행위의 과정이나 의사 결정 과정을 그 동안 우리는 지나치게 <경제인>의 관점에서 보아왔다. 심지어 감성 마케팅을 이야기 하면서도 우리는 논리적인 구매 행위를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HERD로서의 시장은 개인의 필요에 따른 구매 보다는 그 필요를 만들어 내는 과정과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의 미치는 영향력과 행동과 방법에 초점을 둔다.

 

두루뭉술 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원칙을 가진 도덕적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저자가 참고한 많은 이론과 책들이 본문에 부연설명 없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 독자가 이 분야의 기본적인 소양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 소개가 잘 곱씹어 보면 마케팅을 구상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단서를 툭툭 던져주는 묘한 맛이 있다. 아마 그 대표적인 개념이 수퍼컨넥터라는 것이 아닐까? 사회 네트워크 이론에서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6단계 정도만 거치면 이어지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한 것은 그저 우리의 가십거리에 불과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마당발>이라는 용어로 통하는 그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들의 행동 양식과 그들의 영향력 형태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한다면 새로운 마케팅 방법론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아무리 그래도 톰 피터슨이나 피터 드러커의 책에 비해 분명 한 수 아래임에도 더 비싼 책 값은 좀 원망스런 부분이다)